[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의 농협하나로주유소를 찾은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농협 직영 알뜰주유소를 늘리기 위해 필요하면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 시내에 두 곳뿐인 알뜰주유소를 늘려달라'는 신 차관의 요청에 김수공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가 "그럼 국유지나 시유지 내 신설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답해 나온 얘기다.
알뜰주유소 신설과 그린벨트 문제가 얽히는 건 주유소의 경쟁력이 저장탱크 사이즈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유소 부지가 넓어 큰 저장탱크를 둘 수 있으면, 국제유가가 낮을 때 기름을 많이 사뒀다 경쟁 주유소들보다 싼 값에 팔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마진율은 유지할 수 있으니, 결국 얼마나 싸고 넓은 땅을 확보했느냐가 주유소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날 신 차관과 김 대표가 그린벨트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서울 시내에 대규모 저장탱크를 둘만한 값싼 땅은 사실상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지역 뿐이다. 강남의 기름값이 강북이나 서울 서남부 지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비싼 땅값이 한 몫 해서다.
이미 영업 중인 알뜰주유소들도 이 문제에 공감한다. 오용구 농협하나로주유소 소장은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주변 주유소에 비해 적게는 리터당 10~15원, 많게는 100원 이상 저렴해 운전자들이 멀리서도 찾아온다"며 "요즘처럼 기름값이 계속 오를 땐 통상 나흘이던 재고 소진 기간이 사흘로 하루 당겨진다"고 했다.
그는 "마진율을 최대한 낮춰도 유가 상승기엔 도입 단가가 오르고, 소비자 가격도 비싸질 수 밖에 없다"면서 "탱크 용량에 한계가 있다보니 싸게 들여온 기름이 바닥난 다음 주유소를 찾은 분들이 '알뜰주유소인데 왜 다른 곳보다 값이 비싸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이 주유소의 탱크엔 휘발유와 경유 각각 12만리터, 등유 4만리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일평균 고객은 1000명 남짓이지만,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하루 최대 1300명이 찾기도 했다. 14일 기준 이곳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38원. 관내 기름값 랭킹은 44곳 중 12위였다. 같은 값에 파는 주유소는 6곳 더 있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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