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정재우 기자] “불공정거래에 대해 보다 신속히 대응해야 합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간부회의에서 불공정거래란 단어를 수십차례 반복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라는 뜻이라는 게 금융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이 그동안 쌓아뒀던 불만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검찰 고발 및 통보 발표를 전후해 여론이 쏟아낸 비판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2012년은 증권시장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주가조작을 비롯한 불법 행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기관이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김 위원장에게는 뼈 아프다.
불공정거래를 방지하려면 불법행위를 막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조건 막지 못한 데 대해 금융위에 책임만 지우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김 위원장은 불만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라는 단서를 달고 재도입 추진을 언급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그렇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18대 국회 회기내 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안돼 막판 개정안에서 빠진 불공정거래 과징금 제도 문제를 다시 꺼냈다.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들이 기존 조직에서 개인으로, 거액 한방 위주에서 다수의 중·소액 취득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관리체제도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야 하는데,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징금 제도가 부처간 이기주의로 인해 발목을 잡혔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협의 당시 법무부 쪽에서 불공정거래 과징금이 도입될 경우 행정제재 위주기 돼 형사처벌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일단 제외했다”며 “법무부 쪽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해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부처간 이견이 크다면 관계기관이라도 적극 따라줘야 하는데, 이 또한 김 위원장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현재 불공정거래행위의 발견부터 감독당국의 조치시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돼 투자자의 피해가 확산되는 등 선의의 투자자 보호 문제가 있다”며 “특히 거래소·금융감독원에서 불공정거래를 인지하는 초동단계부터 대응이 느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을 정작 거래소와 금감원이 두 눈 뜨고 놓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꼬리를 물며 제기되는 문제점과 비판은 금융위, 또는 금융당국 전체가 시스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도 원활한 시스템이 구성되려면 금융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동참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