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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운드, 프록터 어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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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구와 특유 이닝 소화력으로 뒷문 강화, 국내 선수 육성 동시에 노려

두산 마운드, 프록터 어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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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두산은 올 시즌 우승을 바라본다. 목표에는 다양한 전제조건이 붙는다. 마무리는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최근 5년 동안 우승을 거둔 구단들은 모두 뒷문의 자물쇠가 단단했다. 오승환, 정대현, 유동훈 등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2007년부터 매 시즌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이들에게도 믿음직한 마무리가 있었다. 정재훈, 이용찬 등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예외였다. 보직을 맡았던 임태훈(7세이브)의 조기 이탈 이후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최다 세이브는 정재훈의 8개. 페르난도(6개), 이현승(4개), 노경은(3개) 등이 가세했지만 상대의 막판 공세를 막기엔 다소 역부족했다. 그 사이 선수단은 61승70패2무를 기록,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진욱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외국인 선수에게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 노리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 뒷문 강화와 국내 선수 육성이다. 생각하는 미래의 마무리는 노경은이다. 올 시즌 불펜 승리 조에 포함돼 마무리에 앞서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성적은 기대를 얻기에 충분했다. 2003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44경기에 출전해 5승 2패 3세이브 3홀드를 남겼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5.17로 다소 높았다. 경험 부족도 간과할 수 없다. 노경은은 지난 시즌을 제외한 6년 동안 6승(8패)을 챙기는데 그쳤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실험은 효과적으로 진행될 기틀을 마련했다. 오랜 스카우트 끝에 마무리에 적임자를 데려와 시즌 성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 바로 뉴욕 양키스 출신 투수 스캇 프록터다. 1998년 LA 다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그간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셋업맨을 소화했다. 통산 307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18승 1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8. 특히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던 2006년과 2007년, 아메리칸리그 최다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필승 계투로 활약했다.

두산 마운드, 프록터 어깨에 달렸다 프록터(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는 김 감독의 고민을 덜어줄 호재다. 위기 상황에서 1이닝 이상의 소화가 가능한 까닭이다. 프록터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59경기에 출전해 총 64.1이닝을 던졌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이닝 소화력은 좋아졌다. 6월까지 출전한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1이닝을 초과한 사례는 전무했다. 7월 마운드를 밟은 8경기에서는 네 차례를 기록했다. 프록터는 26일 피츠버그전에서 3이닝을 책임지며 승리를 챙기기도 했다. 양키스로 돌아온 뒤 나선 9월의 내용 또한 다르지 않다. 3패를 당했지만 8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아웃 카운트 4개 이상씩을 잡아냈다.


정명원 투수코치는 “2009년 받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의 후유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록터를 향한 믿음은 상당하다. 그는 “리그 적응만 마친다면 지난해 오승환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오승환은 54경기에 출전해 1승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남겼다. 승률 100%를 기록하며 보기 좋게 구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보다 좋은 성적을 남긴 외국인 마무리는 없었다.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2008년 한화의 브래드 토마스와 1998년 현대의 조 스트롱은 각각 그해 31개와 27개의 세이브를 챙겼다.


정 코치가 성공도 아닌 대성을 예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빠른 직구다. 정 코치는 “그간 국내리그의 외국인 선수에게서 볼 수 없었던 속구를 던진다”며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구위”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무리에게 속구와 묵직한 볼 끝은 더 없이 좋은 무기다. 시즌 개막을 보름여 남겨뒀지만 프록터는 이미 최고 구속 153km를 찍었다. 김진욱 감독은 “속구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프록터는 불안요소를 함께 노출했다. 제구 난조다. 첫 실전 등판한 4일 롯데전에서 폭투를 던지는 등 2안타 2볼넷을 내주며 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김 감독은 “오랜만에 실전을 치러 조급한 면이 보였다”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캠프에서 충분히 보여준 마인드와 피칭이라면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 마운드, 프록터 어깨에 달렸다 프록터(왼쪽)와 더스틴 니퍼트(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예견은 적중했다. 프록터는 8일 넥센전에서 1이닝을 깔끔하게 범타 처리했다. 잡아낸 타자는 캠프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서건창과 이택근, 박병호 등 중심타자들이었다. 경기 뒤 프록터는 “두 번째 등판이라 부담이 덜 됐다”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70% 정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금세 리그에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그 적응은 마무리 안착에 최대 변수다. 메이저리그에서 무난한 성적을 남긴 투수라도 국내에서 고전한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김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일본 캠프를 정리하며 코치들에게 따로 한 가지를 주문했다. 이른바 ‘외국인선수 기 살리기’. 김 감독은 “용병들은 대개 눈치가 빠르다. 불신의 기운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며 “초반 부진해도 불안한 눈빛을 보내지 말라고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록터는 성실한데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유형이라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프로터는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뒷문 단속과 투수진 재건의 발판 마련. 그가 이 두 가지 짐을 짊어질 경우 두산은 분명 더 강해질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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