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일본계 선사와 3억달러 규모 수송권 장기 계약
국내 반발 줄이려 입찰 결과 발표 시점도 관례 어겨
한전 5개 발전 자회사-일본 선사 계약 건수 총 18척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동서발전이 일본계 선사와 발전용 석탄 장기 수송권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통상 입찰 하루 뒤 결과를 발표하는 관례를 일방적으로 어긴 것도 그렇고, 국내 해운사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일본 선사에 물량을 몰아줬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달 21일 동서발전은 계약 기간이 18년인 발전용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 총 2건의 입찰을 1차로 실시했다. 입찰에는 국적 선사 9곳과 일본계 선사의 한국법인 1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 자격은 '외항 운송 면허가 있는 국내 선사'로, 국제 입찰이 아닌 국내 입찰로 제한을 뒀다. 외국계로는 일본계 해운사인 'NYK 벌크쉽 코리아'가 유일하게 참여했는데 모회사 NYK의 한국법인의 자격으로 입찰이 허용됐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일본계 선사에게 국내 입찰 참여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우리나라 대표 해운사들도 일본에 현지법인을 갖고 있지만 입찰 참여 자격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입찰 다음 날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점이다. 해운 업계에서는 NYK 벌크쉽 코리아에 물량을 몰아준 데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2차 입찰 결과와 함께 뒤늦게 발표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동서발전은 20만t급 선박 1척(2억달러 규모)과 9만t급 선박 1척(1억달러 규모) 등 2건의 1차 입찰에서 NYK 벌크쉽 코리아와 장기 수송 계약을 맺었고, 또 다른 2건의 2차 입찰에서는 폴라리스쉬핑과 한성라인 등 국적사 2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NYK 벌크쉽 코리아가 1차와 2차 입찰에서 적어 낸 금액의 차이가 t당 1달러 안팎으로 가장 싼 값을 적어낸 1차와 달리 2차에선 비싼 금액을 적어냈다"며 "입찰 가격은 물론 발표까지 늦어지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동서발전의 입찰 결과로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가 일본 선사와 장기 수송 계약을 맺은 건수는 총 18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가운데 NYK 벌크쉽 코리아가 따 낸 물량은 동서발전(4척) 중부발전(2척) 서부발전(2척) 등 8척에 달한다.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이 일본의 모기업인 NYK와 맺은 계약 각각 1건씩을 추가하면 'NYK'라는 특정 기업과 총 10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셈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일본 전력 회사는 민간 소유인 반면 우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100% 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며 "NYK 벌크쉽 코리아가 국내 선사로 법적으로 등재돼 있어 임의로 배제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가 입찰제에서 가격이 싼 쪽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과거 실적으로 봤을 때 t당 0.5~0.6달러 가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공기업은 물론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7일 선주협회가 내놓은 성명서에 따르면 일본 선사는 한전 자회사의 석탄 수입량의 18%를 수송해 연간 1억8375만달러(2114억원), 계약 기간 동안 20억달러(2조2300억원)의 외화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지난 1994년 우리가 LNG선을 처음으로 만들 당시 한국가스공사와 힘을 합쳐 국적 선사를 밀어주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고 결국 LNG선은 우리 수출 품목 1위에 오르는 등 국격을 높이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며 "원가 개념만 내세운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산업 자체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운사 관계자는 "일본과 달리 국적 선사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금융 지원 여건이 척박할 뿐더러 인건비 경쟁력 역시 일본에 비해 열위에 놓여 있어 정부 차원의 보호막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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