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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망(網) 중립성 논의 속내 엿보니 “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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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스마트TV 접속차단 분쟁 해법 주목

길 잃은 망(網) 중립성 논의 속내 엿보니 “돈 때문이야”  삼성전자가 지난 8일 국내 최초로 출시한다고 밝힌 미래형 스마트TV ‘ES8000 시리즈’. 음성인식과 동작인식 기능을 내장, 더 편리한 UX를 제공한다. KT는 이 제품 발표 다음날 ‘삼성 스마트TV 접속 차단’을 전격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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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앱 접속을 차단한 것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후대책마저 내놓지 못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지상파-케이블TV 대립의 재연이라는 비판 속, 부각됐던 망 중립성 논란도 설익은 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지난 14일 오후 5시 30분부터 삼성 스마트TV 앱 접속 제한을 해제했다. 지난 10일 오전 9시부로 전격적으로 접속 제한에 들어갔던 것을 5일만에 푼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동안 ‘인터넷서버 접속 제한 행위 중지 등 가처분’ 신청 등 맞불을 놓았다. “망 중립성 위반”이라는 삼성 주장에 대해 KT는 “망 부담 해소 차원일 뿐”이라고 대응했다.


“트래픽 과부하” vs “근거없는 주장” 팽팽한 대립
지난 22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KT의 스마트TV 접속망 제한 사태와 관련, 사후대책 미흡을 질책하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고성이 튀어나왔다. 특히 양문석 상임위원은 격분하며 당사자 사과는 물론, 영업정지 등 법률적인 제재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위원은 양사 사과와 피해보상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은 시청자 피해를 도외시한 조치라며, 법적 제재를 망 중립 정책과 함께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양 위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시청자 또는 이용자를 ‘인질’로 잡는 행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것이 삼성이든 KT든…. 케이블TV와 지상파 간의 재송신 쟁투로 인해 TV를 먹통으로 만든 행태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용섭 위원은 기습 폭격하듯 접속을 차단한 KT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신 위원은 “법률위반이고 범법행위로서 삼성만 끊은 것도 이용자 차별행위”라고 지적한 뒤 “명확한 사과나 피해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성규 위원도 이에 동의했다. 홍 위원은 특히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파악,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담당국장에게 요구했다.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해 통신망에 부담을 준다며, 이러한 무단 사용이 투자의욕마저 떨어뜨린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다수의 이용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김효실 KT 스마트네트워크정책TF 상무는 “스마트TV는 고화질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PC와 다르다”며 “스마트TV 수요가 늘면 다른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접속 차단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도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측의 접속 차단 행위는 인터넷망을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에 위배되는 조치로, 특히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킨다는 KT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제재 엄포에도 불구, KT가 지난 10일 접속 차단을 강행하면서 방통위도 바빠졌다.


특히 망중립성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통위와 업계는 지난해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6일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 본격 활동을 앞둔 상태였다.


구체내용 없는 가이드라인 분쟁 불씨 여전
본격적인 망중립성 논의는 사실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다. 문제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스마트TV 등 구체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불씨가 내연하고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다. 본격 논의를 망중립성 포럼 내에서 하자는 삼성전자에 맞서 KT는 ‘이용대가’를 전제로 제조사-통신사간 개별 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용자 요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KT는 “우리의 목적은 이용자 피해와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며, “제조사 이익을 나누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처럼 삼성전자도 큰 틀의 협력방안 모색에 참여해달라는 것이 KT의 주장인 셈이다.


KT나 삼성전자 모두 ‘이용자’를 앞세웠지만, 결국 관건은 ‘망 이용대가’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상파3사와 케이블TV 진영간 이해다툼도 결국 '이용대가'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통위가 이러한 사안을 컨트롤하지 못함으로써 혼란을 더한다는 데 있다. 앞서 방송을 중단했던 케이블 진영에 대해 2개월여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 결국 이번 사태도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새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이번 사안을 단순 망 분담금 차원이 아니라 망중립성 논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또 지난 22일 상임위원들의 KT에 대한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쌍방과실’을 전제로, KT 피해대책을 더 강하게 추궁할 것이라는 분석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지난 15일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이후 후속 조치로 첫 정책자문회의를 개최,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스마트TV 접속 차단 직후 열린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지만, 김미정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사무관은 “당시 자리는 정책적인 방향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스마트TV 등 개별 사안이 직접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또 지난 22일 전체회의 당시 사무국이 상임위원들에게 약속한 분쟁 당사자들의 이용자 피해대책 제출 시한인 24일 이후 이를 토대로 방통위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될 지는 불투명하다고 김 사무관은 덧붙였다.


이코노믹 리뷰 박영주 기자 yjp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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