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7년째 갈등 여전…옛 한미·씨티·비정규직·정규직 따로 활동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씨티그룹 자회사인 한국씨티은행에 노조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이후 한국씨티은행에는 현재 4명의 노조위원장이 서로 다른 노조를 이끌고 있다. '한지붕 4가족'이 서로 다른 이념과 이해관계로 따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국씨티은행 비정규직 직원 20명이 노조(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한 지점장이 별도의 노조(민주노조)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이미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2개의 노조(옛 한미와 씨티 노조)에 신설된 노조가 합해져 한국씨티은행에는 공식적으로 4개의 노조가 활동하게 됐다.
단일노조를 인정했던 옛 노동법에서도 이미 설립된 노조의 강제 폐지가 금지돼 있어 한미와 씨티 노조의 활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통상 은행이 통합될 경우 노조도 결국 하나로 합쳐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신한-조흥은행이나 국민-주택은행 통합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수 노조원을 확보한 노조가 자연스럽게 소수 노조를 편입했다.
하지만 시티의 경우는 달랐다. 200여명의 조합원에 불과한 옛 씨티노조가 3400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한미노조로의 통합을 거부했다. 인수 주체의 노조라는 자존심이 작용했던 것이다. 옛 한미노조 역시 2005년 통합이후 4년간 '한미'라는 이름을 고수하다 지난 2009년에서야 '한국씨티노조'로 이름을 변경했다. 그만큼 씨티로의 합병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정규직 4000여명과 비정규직 1700여명 등 모두 5700여명이 일하는 한국씨티은행에 4개의 노조가 각각 활동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이를 놓고 금융계 일각에서는 하영구 행장 등 경영진의 조직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리적 통합을 한 지 7년이 지났는데도 화학적 통합이 안된 건 경영진 책임이란 시각이다.
은행의 한 노조위원장은 "겉으로는 봉합된 것처럼 보이는 한미·씨티간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노사문제 전문가인 하영구 행장이 노사관계를 본인에 유리한 쪽으로만 몰고 가 직원들의 불만이 커 노조가 자꾸 생기는 것"이라고 다수 노조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노조의 한 간부는 "각 노조들이 서로 원하는 부분이 달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해 노조 사이의 소통과 통합을 화두로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복수노조 설립 허용이후 현재 2개의 노조가 운영되고 있는 은행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농협 등 3곳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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