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서 입 모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치권의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복지공약에 대해 정부에 이어 국내 경제학자들도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21일 오후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201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자본주의 위기론'을 거론한 뒤 "(정치권에서)일자리 창출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미명하에 대중영합적인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40여년간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효과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써왔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기대치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로 더 이상 따기 쉬운 열매(low hanging fruit, 아주 좋은 짧은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국민들은 더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고, 미국 정부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복지재정을 늘리다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사공일 회장은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따기 쉬운 과일이 없어진 상황에서 과일이 있는 것처럼 보편적 복지를 펴면 외국이 먼저 당한 (경기둔화)부분을 우리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지순 서울대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 GDP의 7.6%인 복지지출 규모를 향후 10년에 걸쳐 10%로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유념할 것은 나눠먹기식 복지남발로 성장능력을 훼손하고 미래세대에게 짐만 떠넘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지속성을 확보하려면 복지와 성장의 상생을 꾸준하게 추구해야 하고, 경제지속성을 확보하려면 경제의 발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성장을 통해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최근 재벌개혁을 이야기한는데 표를 의식한 이야기"라며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고 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전유성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화 이전에는 강한 야당과 여당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인 양당체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복지요구가 표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정이 맞아떨어지면서 복지 포퓰리즘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정식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정부의 금리정책과 환율정책 등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고 비판했고, 전 교수는 "재정정책의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지순 교수는 "발전의 원동력을 강화하고 그 동력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일은 시장에게 맡기고, 발전의 과정과 결과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규율하고 보완하는 일은 정부가 맡는 것이 좋다"고 제시했다.
이번 공동학술대회는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금융학회 등 52개 경제관련 학회가 참여한 가운데 22일까지 열린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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