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봄이면 뭐합니까?"
18일 찾은 동안구 비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집 보러 오는 손님이 간간히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한산한 사무실에는 전세 문의만 이어졌다.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힘들다. 그래도 매물을 찾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전세 수요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전세거래가 늘어나지는 않아 전세난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평촌역 앞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아파트 거래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전세 수요가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지난해 재계약 물량이 많아서 수요는 다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셋값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매물은 급매 위주로 거래가 성사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시세로는 범계역 앞 목련아파트 79㎡가 3억5000만원이지만 실거래는 3억원 선이었다. 이날 2억원 후반대까지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급매로 내놓은 물건이 거래됐다. 몇 백만원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고 집주인은 대출 상환에 급급해 가격을 더 내려 팔아치웠다.
대형 평형은 가격 하락 곡선의 각도가 계속 커졌다. 비산동 삼성 래미안 160㎡형은 한 달 사이 7억원에서 6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 하락했다. 소형은 매매 전환 수요 및 갈아타기 수요가 그나마 몰리는 편이지만 대형아파트는 찾는 사람이 없었다.
발길을 분당으로 돌려보니 이곳에선 그나마 사람이 붐볐다. 하지만 봄 이사철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서현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매매 도장을 찍어본지 꽤 됐다"면서도 "소형 평형을 대상으로 한 전세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112㎡는 5억7000만원에 매매가격이 형성됐다. 거래가 없으니 실제가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공인중개소의 답변이다. 호가에 그친다는 소리다. 다만 전셋값은 올 초 2억7500만원에서 2억8500만원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동 주공아파트 83㎡의 경우 재건축 대상 아파트이면서도 사업 속도가 나지 않아 근 3개월간 최고 4500만원 가격이 떨어졌다. 현재는 2억8000만원 선이다.
광명시에서는 매매 수요가 깜짝 등장, 중개업소들이 반기는 모습이었다. 전세 수요는 소형 위주로 움직임이 나타났다.
경기 남부권 3개 지역을 도는 동안 이삿짐 차량은 눈에 띄지 않았다. 봄 이사철을 맞았다는 얘기가 무색해지는 대목이었다. 다만 전세 문의를 하는 전화벨 소리는 공인중개소로 종종 걸려오고 있었다.
봄은 오는데 부동산시장은 아직 한파임을 보여준다. 봄을 잊은 듯 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했다. 전세도 계속되는 전세난으로 재계약 물량이 많아지고 지난해 계약한 경우가 많아 활발한 움직임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