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여당은 궁지에 몰렸고, 야당은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승리감에 도취됐다. 지금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선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풍경에서 언제적인가,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4년쯤 전이다. 2008년 4월, 제18대 총선은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전체 의석의 절반을 넘긴 153석을 차지하면서 '여대야소' 구도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 이어 또다시 승리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여기저기서 축포가 터졌다. 당시 야당에게 희망은 없는 듯 보였다.
18대 총선 직후, 안병직 당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만났다. 안 이사장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 있었다. 그는 "보수진영이 분열해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고, 이런 모습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구상도 제대로 못한다"고 비판했다. 친이명박(친이)계와 친박근혜(친박)계로 나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여권이 제대로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안 이사장은 "이런 꼴이면 5년뒤 정권재창출이 힘들 것이다"고 단언했다.
지금 돌아보면, 안 이사장의 예측은 정확했다. 지난 4년 내내 여당은 편 가르기로 시간을 보내느라 힘을 뺐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당은 당대로 겉돌았다. 당ㆍ청이 힘을 모았던 경우도 몇 번 없었다. 급박함이 없었다. 교만했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쇄신을 하겠다고 난리다.
이 와중에도 당내에서는 계파싸움이 한창이다. 총선 후보자 공천을 앞두고 각종 설이 난무한다. 이번 공천에서 친이계를 배제할 것이란 소문이 대표적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친이계 인물들은 당 중앙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 혈안이 돼있다. 지금 여당을 들여다 보면, 희망이 없어 보인다. 4년전 야당의 모습 그대로다.
새누리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또 단합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 2004년 3월 천막당사로 들어갔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12월 대선의 유력한 후보인 박 위원장은 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지도자의 면모를 가져야 한다. 쇄신의 기준은 '친박이냐, 친이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걸맞는 인물이냐, 아니냐'여야 한다. 계파를 넘어 모두를 끌어안아야 한다.
새누리당에게 다행인 것이 있다. 야당도 헛발질을 한다는 것이다. 한미FTA 폐기 주장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고 정권을 탈환한 듯한 위세다. 언제 자성의 시간을 가졌느냐는 식이다. 총선과 대선에서 '교만해지면 진다'는 명제는 여ㆍ야 모두에게 적용된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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