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안정적인 수익원 찾기에 골몰하던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들이 연간 10조에 달하는 화장품 시장에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오츠카제약은 다음 달 남성화장품 '우르오스'(UL·OS) 5종을 국내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헬스케어사업부 코스메딕스팀을 만들어 신규 사업을 준비해왔다.
바이오업체들도 화장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소망화장품과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을 개발한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미국의 친환경 화장품 '페보니아'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백화점 입점을 목표로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도 지난달 김영선 전 이지함화장품 대표를 스템셀 뷰티(stemcell beauty) 사업부 대표로 영입하며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줄기세포 배양액 추출물 화장품 브랜드인 '닥터쥬크르'를 통해 2010년 기준 20억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이처럼 제약·바이오업체들이 화장품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신약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단기성과를 내기 어려운 의약품에 비해 인터넷, 피부관리실 등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화장품 산업이 워낙 고부가가치 산업인데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이 워낙 커 새로운 수익 모델로 각광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0조820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8071억원) 대비 9.6% 늘면서 사업자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일찌감치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회사 중에는 화장품이 주력 제품으로 떠오른 곳도 있다. 일명 '봉독(벌침액)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동성제약의 여드름 전용 화장품 '에이씨케어'가 대표적이다. 2010년 국내 출시된 이 제품은 1년 만에 수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500만불 수출탑'을 거머쥐었다. 2008년 색조화장품 유통 사업에 처음 뛰어든 국제약품도 지난해 3분기까지 7억26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드는 신약 개발 비용을 외부 투자자 자금에만 의존했다가는 언제 투자가 끊겨 신약 개발이 중단될지 모른다"며 "화장품의 경우 제약사가 만든 화장품(코스메슈티컬)이 주는 전문적인 이미지와 신뢰도를 등에 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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