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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그리스’ 꼴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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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등 구조조정 미흡 판단..은행들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은행들, 추가 충당금 500억 유로에 달해..불확실성 증가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그 동안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가려져 있던 스페인의 시한폭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날 15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했다.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가 'AA-'에서 'A+'로,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젠타리아(BBVA)는 'A+'에서 'A'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산탄데르, BBVA 등 4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을 1~2단계씩 내렸다.


S&P와 피치가 스페인 은행들의 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한 것은 정부ㆍ은행 모두 건전성 회복 노력이 미흡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신용사는 "스페인 은행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져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은행들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위기 대부분은 은행의 막대한 부실채권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은행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스페인의 재정위기로 이어져 그리스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막 풀기 시작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경제 규모로 유로존 제4위인 스페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0%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ㆍ이탈리아 다음이 스페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스페인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스페인의 위기는 그리스ㆍ이탈리아의 국채 위기와 좀 달리 은행 부실이 최대 원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은 국민 1000명당 은행 지점이 하나일 정도로 은행이 많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지 은행의 전체 부동산 대출이 3380억유로(약 499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악성 대출 같은 부실 자산은 1760억유로에 달한다.


떼일 확률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대선 충당금을 쌓아둬야 한다. 오는 6월까지 유로존 은행들은 9%의 자기자본비율을 의무적으로 맞춰야 한다.


스페인 은행들이 정부 지원 없이 부실자산을 정리해야 할 경우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500억유로다. 500억유로라면 스페인 GDP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스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정부는 자금 여력이 없는 은행들에 충당금 쌓기 대신 합병을 독려하고 있다. 마리아노 라조이 스페인 총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합병에 동의하는 은행은 새로운 충당금 규정 적용을 상당 기간 유예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자산이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병을 종용하고 있지만 현 상태로는 합병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질 경우 방키아, BBVA, 산타데르 같은 대형 은행 간 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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