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 6년간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금융시장의 충격이 2007년에 국한될 것으로 봤다거나 지난해 미국 경제의 성장을 낙관하는 등 미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이번에 정반대의 지적을 듣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버냉키 의장이 시장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월 미국의 실업률이 3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은행들도 대출을 늘려가고 있으며, 금융 시장도 회상의 조짐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가 역시도 올해 연초 대비 6.8% 상승 하는 등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상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의 가계 대출은 지난해 11월에는 대출이 204억달러 늘었고, 12월에도 193억달러 늘어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차량 판매 또한 크게 2009년 노후차량 보상프로그램 이래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문사인 디시젼 이코노믹스의 알렌 시나이 회장은 "경제가 최근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자신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젼 이코노믹스는 최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2.5~3% 수준으로 봤고, 실업률은 7.7%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가 역시 기업들 사이에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이 커지면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UBS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우리 해리스는 "FRB가 미국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판단은 이후에 FRB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은행증권의 조셉 라보르나 미국 경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빠른 성장 전망보다 한발 더 나아가 내년도에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실업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2013년중에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가 3%대의 성장하고 실업률이 올해 말에 7.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 자체를 올리는 것은 꺼려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올해 2.2% 성장할 것이고, 실업률은 4·4분기에 8.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해 시장의 예측보다 덜 낙관하고 있는 모양세를 취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 또한 지난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 경제 성장이 느릿느릿(sluggish) 성장하고 있다고 밝히며, 실업률이 낮아진 뒤에는 노동 시장의 취약성이 감춰져 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낮은 전망에는 과거 잘못된 전망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FRB는 지난해 1월 미국이 3.4~3.9%의 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은 단지 1.7%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 버냉키 의장은 경제 전망에서 '나쁜 운과 관련된 요소들을 빠르린 채'전망했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올해도 미국 경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 사태가 악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오를 수 있고, 지지부진한 유럽 상황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을 올려잡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스 잔디는 "만약 우리가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면 경기 부양을 너무 미약하게 하는 것보다는 많이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하며 경제 전망치가 항상 맞을 수 없다면 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경기대책에 나서는 게 좋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약간의 운과 정책 당국의 실수만 없다면 미국 경제가 매우 긍적적으로 될 것 보인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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