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우리나라 발기부전치료제 시장규모는 연 3000억원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이다. 당연히 경쟁도 치열하다. 다들 고만고만한 약으로 승부를 내야하니 시장에선 편법이 난무한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SK케미칼을 상대로 약사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 홍보대사 위촉식을 열었는데, 배우 이파니씨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혀 대중매체에 사진이 실리도록 했다. 엠빅스S는 전문의약품으로 대중매체 광고가 금지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 측은 이런 '잡음'을 어느정도 예상한 듯하다. 행정처분을 받아 과징금을 내면, 일종의 '홍보비' 지출로 생각하면 그만이란 것이다.
◆"불법도 좋다, 유명해질수만 있다면"
한 제약사가 리서치전문기관에 의뢰해 최근 작성한 시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들의 제품 선택 이유 1위는 단연 '유명해서'였다(47%). 의사 역시 특정약을 처방하는 동기로 '요구하는 환자가 많아서'를 1위로 꼽았다. 보고서는 "환자들의 인지 여부는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므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금지법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각 제약사들은 법망을 피하며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시알리스의 한국릴리는 캠페인을 가장한 홍보활동을 하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레비트라의 바이엘은 대중매체에 '불끈 쥔 주먹'을 그려 넣은 이미지 광고를 냈다. 이 회사는 20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을 제작해 뿌리기까지 했다. 자이데나의 동아제약도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을 핑계로 신문에 광고를 냈다가 간접광고 혐의로 과징금을 물었다.
◆비아그라 복제약 나오면 40개사(社) 난립할 듯
지금까지 개발된 경구용(먹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총 6가지다. 비아그라(1999)가 최초이며 이 후 시알리스(미국 일라이릴리), 레비트라(독일 바이엘)가 연이어 시장에 나왔다.
동아제약은 2005년 세계 4번째로 자이데나 개발에 성공했고, SK케미칼이 2007년 엠빅스를 출시했다. JW중외제약도 지난해 제피드를 발매했다. 시장에 나온 6가지 제품 중 3가지가 국내 제약사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판매사로 치면 개수는 더 늘어난다. 종근당은 바이엘 레비트라의 판권을 구입해 '야일라'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오는 5월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면 30여개 제약사가 제각각 이름을 달고 복제약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는 40여개 발기부전치료제가 난립하며 혼탁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40개 제품이 나눠먹기엔 다소 작다. 그러나 중국산 가짜나 불법 유통약 판매량이 약 2000억원으로 추산돼, 이를 합하면 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당뇨병약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각 제약사들의 경쟁적 판촉행위가 불법 거래를 양지로 끌어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시각과, 약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오남용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