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유로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권을 상대로 대규모 장기금융대출을 종용해왔던 유럽중앙은행에 대해 도이치방크가 ‘우리는 필요 없다’며 딴지를 걸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에게 3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제공 받는 것 자체가 기업 자체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세프 아커만 도이치방크 회장은 이 날 “도이치방크는 3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받을 것을 요구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두 번째 제안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과 마찬가지로 (장기금융대출지원이) 기업 평판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은행장이 주도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523개의 유로존 국가 소속 은행들에게 4890억유로 장기 대출이 이뤄졌으며 이 달 안에 두 번째 대출이 예정됐다.
당시 드라기 은행장은 “ECB의 대출을 사용해도 어떠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아커만 회장은 “우리는 당시 ECB의 장기 대출을 받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가 정부의 지원이 필요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세계의 고객들은 도이치방크가 ECB의 장기 대출을 받지 않은 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아커만 회장은 앞서 국제금융협회 회장일 당시 ECB의 장기대출에 대해 “매우 중요하고 매우 똑똑한 행동”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도이치방크 은행장이 되면서 말이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ECB장기대출 거부는 지난 해 4분기 실적악화에 빠진 도이치방크에 대한 투자자의 부정적 입장을 해소시키기 위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도이치방크는 유럽위기의 여파로 투자부문의 손실이 커지면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억8600만유로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해 69%나 감소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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