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총리 "금융기관 고액 연봉 공개"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일 런던 금융기관 임원들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불거진 '은행 거액 보너스'와 관련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총리를 압박했지만 이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런던 금융계를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금융센터로 만들기 위해 각 은행의 고위 임원 연봉을 매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면서 "연봉 공개 제도를 영국 뿐 아니라 유럽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영업실적과 무관하게 고액 연봉을 챙기는 금융계 관행을 없애기 위해 연봉 지급 실태를 조사하는 등 개선책을 모색해왔다.
이날 캐머런 총리는 의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에 영국제1야당 노동당 당수인 에드 밀리밴드과 '은행 보너스'를 두고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신문 가디온은 전했다.
밀리밴드 당수는 은행 거액 보너스 제한 방안을 위해 100만파운드 이상 보너스를 받는 은행 고위임원의 이름을 공개하고 주요 기업에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구성원 임금을 감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 정부로부터 450억파운드의 공적자원을 지원받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2011년 보너스를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에게 각각 140만파운드, 96만파운드를 지급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이어져 이들은 결국 보너스 지급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캐머런 총리는 100만파운드 이상 보너스를 받은 고위임원은 올해 처음으로 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기업에 보상위원회 설치 역시 실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밀리밴드 당수는 "은행 보너스를 100만파운드 이상 지급받는 고위임원은 내가 알기로 8명이 넘는다"면서 지난달 31일 RBS의 전 CEO 프레드 굿윈 기사 작위 박탈을 예로 들며 RBS 등 금융권의 과다 보너스 지급을 알면서도 해결책을 마련치 않는 캐머러 총리를 '위선자'라고 칭하며 맹비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와 함께 정부 보조금을 가구당 연간 2만6000파운드로 제한하는 내용의 복지개혁법안 가운데 자녀 양육 수당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수정하고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의 복지개혁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지난주 상원에서 노동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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