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린 풋옵션 몰리고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지난해 '한탕'을 노린 풋옵션 거래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유럽발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를 이용한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풋옵션은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이다. 레버리지가 높아 한방에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쉽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풋옵션 거래대금은 총 232조7757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기록한 163조원보다 42%나 급증한 수치다. 풋옵션 거래대금은 지난 2000년 8조원 수준이었으나 꾸준히 증가해 7년만인 2007년 105조원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월별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시기에 거래대금 역시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1월 이후 꾸준히 20조원을 밑돌던 거래대금이 8월 한 달에만 34조원으로 급증한 것. 8월은 미국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달이다.
당시 증권가에는 한 직장여성이 풋옵션에 1700만원을 투자했다가 급락한 주가 덕분에 13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변동성이 확대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변동성을 직접 만들려는 불법적인 시도까지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서울역과 강남터미널의 사제폭탄 사건도 풋옵션 투자자가 일시적인 주가하락을 노리고 벌인 일이었다.
이 때문에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달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가 시장에 돌았을 때도 풋옵션 매매를 통해 대박을 노린 세력의 허위사실 유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전체 풋옵션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3%에서 지난해 50%로 급증한 것. 덕분에 거래대금도 매수·매도 모두 115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베팅했던 외국인이 많았다는 얘기다.
절반을 넘어섰던 외국인 비중은 올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코스피200옵션의 거래단위를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3월부터 새로운 거래단위로 거래하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옵션거래가 줄어들면서 전체 거래대금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풋옵션과 반대로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콜옵션 거래도 크게 늘어 거래대금이 지난해 처음 200조원을 돌파하며 203조5506억원을 기록했다. 이 또한 지난 2010년의 154조8130억원보다 31%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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