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심사위 구성..현실정치와 거리먼 인물.선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선거는 공천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여야가 각각 공천심사위원장을 인선하고 4.11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 인선의 특징을 보면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정홍원 변호사를, 민주당은 강철규 우석대총장을 각각 인선했다. 문제는 선거는 현실 정치라는 점이다. 정치색이 없는 사람은 개혁 공천을 하는 데는 좋지만 정작 선거에서 이길 싸움꾼을 뽑는 데는 약할 수 있다.
4.11 총선에서 여야 공천심사기구는 국민들의 눈높이(한나라당), 당 정체성과 도덕성(민주통합)을 공천의 원칙으로 삼았다. 특히 여야 모두 기준에 맞는 복수 후보를 뽑아 당원과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도입하는 하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2일 가동에 들어가는 한나라 공천위는 이달 10일까지 후보등록을 받고 비대위 인재영입위에서 추천한 인물들을 포함해 심사를 진행한다. 현역 25%는 배제하되 여성,이공계,소외계층에는 가점을 준다. 공천위는 선정된 전략 지역구와 현역 의원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단수후보 지역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에 대해서는 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국민경선'을 진행해 후보를 추린다.
민주통합당은 당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공천심사를 하되 국민들 참여로 후보를 낼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휴대전화를 통한 국민참여경선으로 실시했다. '공천혁명'을 강조해온 한명숙 대표는 총선의 후보 공천에서도 이 제도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늦어도 선관위 후보등록일(3월22∼23일)보다 일주일 가량 앞선 3월15일까지는 후보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개방형 국민경선, 민주통합당이 구상 중인 국민참여경선은 총선 후보자의 공천권을 사실상 국민에게 넘겨주는 장치다.
공천제도는 3김(金)시대까지 당총재와 지도부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단수후보를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해왔다가 2002년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당시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결과에 불복하면서 탈당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결국 실패했다.
2004년 17대 의원선거에서는 여야 모두가 일부 지역을 경선에서 선발했지만 현역 의원이 출마한 선거구에서 경선이 실시되지 않거나 경선 선거인단의 규모차가 심해 공정성 등의 문제가 제기됐었다. 공천심사기구의 장과 기준에 따라 명암도 갈렸다.
한나라당은 2004년 천막당사 시설 현역 절반, 비례대표 전원을 교체하면서 탄핵역풍에도 121석을 얻었다. 2008년에는 안강민의 특정계파(친박근혜계)학살로 무소속출마가 있었지만 오히려 총선은 압승했다. 민주당의 경우도 국민경선을 했지만 당시 박재승 공심위장이 도덕성만을 기준으로 후보를 냈다가 완패했었다.
올 총선도 현역물갈이를 외치지만 국민경선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에게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잘못하면 조직 동원력이 강한 이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국회의원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정치판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면서 "여아가 의도한 방향과 정반대로 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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