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승'고육책...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도 줄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박혜정 기자] 최근 5년간 기업 규모별 대졸 초임 상승률을 살펴보니 중소기업 초임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기업, 중견기업 순이었다. 업계는 중소기업이 겪는 고질적인 인력난이 높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31일 본지가 중소기업계와 취업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1733만원이던 중소기업 대졸 평균 초임은 올해 2254만원으로 30% 정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3093만원에서 3459만원으로, 중견기업은 2850만원에서 3075만원으로 각각 12%, 8% 늘어났다. 상승률을 보면 중소기업-대기업-중견기업 순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초임 격차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8년 대기업 초임은 중소기업의 178%에 달했지만 올해는 153%로 좁혀졌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과 중견기업간 격차는 109%에서 112%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상승'이란 카드를 반복해 사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 초임 상승률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높은 것은 그만큼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1123명에게 조사한 결과 65.4%가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균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대기업 신입 채용과는 다른 모습이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연봉, 근무환경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직원들이 빠져나가며 연봉을 인상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임금상승이 마냥 이어질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기업은 지불능력이 있어 매년 꾸준한 상승을 이어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어느 순간 지불여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불능력에 있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있다"며 "지불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은 급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대졸 초임이 처음으로 3000만원 돌파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을 제공하는 중견 업체들이 많다"며 "향후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중견기업의 연봉정보를 밝히는 데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 연구원은 "중소기업으로선 사람이 오지 않으면 급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구직자의 직업 선택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게 급여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중소기업도 경영 여건에 따라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좀 더 표본 수를 넓혀서 체계적인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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