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18개 과학기술 정부 출연연구소를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출연연 선진화 방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단일법인 통합에 반대하는 출연연들의 움직임이 뚜렷해진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월 국회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진화에 나섰다.
국과위는 24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구조개편작업에 착수했다. 개정 법안의 핵심은 각각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에 소속돼있던 출연연을 '국가연구개발원'으로 단일법인화하는 것. 각 부처가 직할 관리하는 9개의 출연연을 제외하고 총 18개 출연연이 국가연구개발원으로 이관된다.
통합 작업을 진행중인 국과위가 내세우는 이유는 각 출연연간의 칸막이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소속 출연연의 장벽에 가로막혀 융합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단일법인으로 만들면 인력이나 연구비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소속 연구원 모임인 연구발전협의회는 성명을 내놓고 "출연연 단일법인화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개별 법인을 해체하면 각 기관의 연구문화와 브랜드가치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KIST는 1966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종합연구소다. 여기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통합을 두고 '창의력과 자율성을 죽이는 일'이라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이어졌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지난 10일부터 3일간 5000여명의 출연연 정규직 종사자 대상으로 법인 통합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4500여명이 반대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8일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출연연 종사자들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국과위는 김도연 위원장이 직접 18개 출연연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번 2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9월 국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거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국과위의 예상이다. 현재 국과위가 밀고 있는 로드맵은 2월 국회 개정안 통과 이후 약 3개월간의 설립준비기간을 거쳐 6월에 국가연구개발원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과위는 브랜드 가치와 연구문화 훼손, 구조조정 우려 등 통합 반대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고 나섰다.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준비단 단장을 맡은 김차동 국과위 상임위원은 26일 "출연연의 주장은 실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단일법인 아래에 있어도 해당 출연연의 기존 명칭은 계속 유지되는 만큼 브랜드 가치가 사라질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통합 이후에도 각 출연연 원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운영 자율성도 주겠다는 것이 국과위의 입장이다. 출연연들이 반대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단일법인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현재 각 출연연이 진행중인 주요 연구과제를 단절 없이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구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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