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명절에 빛난 스포츠 스타는 누구?

시계아이콘02분 1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1월 23일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으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이렇게 즐거운 날, 많은 운동선수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설음식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다.


프로야구 9개 구단 선수 대부분은 외국에 나가있다. 괌, 사이판,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에 뿌리내린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시즌을 대비해 구슬땀을 흘린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해마다 설날과 추석을 각각 스프링캠프와 원정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맞는 까닭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펼쳐진 제1회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단은 귀국길을 재촉하고 있다. 설날 아침이 썩 즐겁지 않을 터이다. 이런 사정은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경우 서양인들의 최대 명절인 성탄절 휴가 기간에 오히려 더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한다. 프리미어리그 2011-12시즌의 경우 지난해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22경기가 열렸고 새해 벽두인 1월 1일부터 5일까지는 18경기가 집중적으로 치러졌다. 이때가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명절 기간 열리는 각종 경기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서도 설, 추석을 건너뛰는 일은 흔하게 발견된다. 글쓴이의 경우 1998년 설은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괌에서, 1990년 추석은 하계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베이징에서 보냈다. 선수들은 선수단에서 차례 상을 제공해주기라도 하나 기자들은 그런 작은 호사도 누리지 못한다. 국내에 남겨져도 취재는 피할 수 없다. 민속씨름 등 명절에 열리는 경기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까닭이다. 이는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분도 좋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절 취재도 있었다. 글쓴이는 1988년 9월 25일을 잊지 못한다. 그날은 서울 올림픽 개막 9일째로 설날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로 손꼽히는 추석이었다.

그날 밤 장충체육관 관중석에는 7천여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운집했다. 코트 중앙에는 매트가 깔려있었고 유도 남자 60kg급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체급의 강력한 우승한 후보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1987년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김재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호소가와 신지였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호소가와가 준결승에서 미국의 케빈 아사노에게 1-2 판정으로 졌기 때문이다. 불안한 기류를 보인 건 김재엽도 마찬가지. 대진 운이 좋지 않아 금메달을 따기까지 경기당 4분 19초를 소화해야 했다. 특히 2회전에서 만난 소련의 아미란 토티카시빌리는 그야말로 난적이었다.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시도한 안 뒤축 후리기가 효과로 이어져 겨우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토티카시빌리는 다음 대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윤현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망의 결승전. 김재엽은 경기시작 3분 45초 만에 아사노가 지도 벌칙을 받은 것을 끝까지 잘 지켜내 4년을 기다려 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김재엽에게 쏠렸다. 김재엽은 금메달을 따면 입으려고 미리 준비한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한복과 시상식의 조합은 이전에도 있었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 수영 2관왕 조오련과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수영 2관왕의 최윤희 등이다. 하지만 김재엽의 한복은 단연 돋보였다. 화려한 색의 조화를 뽐내며 시상대를 아름답게 빛냈다. 그 앞으로 올라가던 태극기는 낫과 망치가 그려진 소련기와 미국의 성조기, 일본기를 좌우에 거느리고 가장 높은 곳에 배치됐다. 많은 국민들이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명절 분위기에 들떠 있던 그날 또 어떤 종목의 선수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와 코트를 누볐을까.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경기에서 한국은 미국을 24-18로 꺾고 2승1패로 조 1위에 올랐다. 이후 4강이 겨룬 결승 리그에서 선수들은 2승1무를 기록,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단체 구기 종목 올림픽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서울대체육관에서 벌어진 탁구 여자 복식 경기에서는 양영자-현정화 조가 유고슬라비아 조를 2-0으로 꺾고 조별리그 4연승을 달렸다. 무패 가도를 달린 듀오는 결승에서 중국의 자오즈민(뒷날 한국 탁구 선수 안재형과 결혼)-천징 조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올림픽 여자 복식 초대 챔피언이 됐다.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복싱 플라이급 16강전에서는 김광선이 미국의 아서 존슨을 5-0 판정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이후 8강전에서 불가리아의 세라핌 토도로프를 4-1 판정승으로 물리친 그는 준결승에서 소련의 티모페이 스크라빈을 5-0 판정으로 눌러 결승에 진출했다. 승승장구는 그 뒤에도 계속됐다. 동독의 안드레아 테브스를 4-1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1회전 탈락의 한을 말끔히 씻어냈다. 23년 전 추석은 복 받은 날이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