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18일 "차를 돌리지 않으면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된다고 이야기를 해도 일단 거기까지 가려고 하는 게 현재 한나라당의 상태"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주최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로운 보수가치와 한나라 비대위의 과제'토론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의 쇄신에 대해서 국민들의 반응은 '과연 저 사람들이 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비대위에 대한 일부 불만에 대해 "한나라당이 위기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비대위 구성해 변화를 수용하려고 했으면, 그 사람들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를 일단 지켜보는 것이 예의"라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비대위원은 또 "대표만 바뀐다고 쇄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당과 야당 모두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로의 후보단일화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줬던 사례"라고 했다.
김 비대위위원은 "여기 와서 느끼는 건 답답하다는 것"이라며 "보수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소란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정당이 정말 쇄신의 길을 갈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없는 보수를 어떻게 집결하느냐, 솔직히 한심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근식 경실련 공동대표는 "현 정부는 밤낮 헛소리만 하고 헛돈만 쓴다. 4대강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초등학교 무상급식에는 핏대를 세운다"면서 "반칙을 잘하고 참 뻔뻔스러운 정권이다. 책임은 안지고 부끄러움이 없어 민심이 거의 떠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새로운 보수 가치를 찾지 말라. 보수주의자들이 찾는 진정한 가치가 있는데, 그것을 찾지도 않다가 무슨 새로운 보수 가치냐"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ㆍ인권을 강조했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한나라당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단어가 '나꼼수'"라며 "한나라당이 보수와 실용주의라고 했지만 그 이름으로 어떤 실체적 내용으로 국민 생활에 다가가려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실용주의는 꼼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똘이네 슈퍼'가 재벌 이름으로 바뀌었고, 치킨집도 재벌이 아니면 안된다. 재벌 2,3세가 신성장동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동네 빵집 몰아내고 명품 빵집하고, 백화점도 모자라 명품관으로 싸움한다"며 "이런게 보도되는 순간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들고 학비 모자란 사람들이 보수 주류세력을 어떻게 보겠느냐. 그걸 보면 개혁의 방향은 명백하게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이어 스웨덴식 복지가 좋지만 이것이 한국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스웨덴이 복지국가 만들던 시절은 자본주의 황금기이며 ▲한국은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통일비용 대부분은 복지비용 등을 꼽았다.
원희룡 의원은 "비대위는 가치를 기준으로 가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은 가치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으로 비춰지고 있어 국민들한테 가치를 보여줘도 진정성 전달이 안 된다"고 했다. 원 의원은 이어 "비대위의 유일한 우군은 보수의 진정한 가치이며 그것을 지지하고 바라보는 국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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