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수입량을 감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공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를 인정받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내부적으로 해당 조치의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만큼 아직 어느 규모로 감축할지에 대해서는 좀더 논의하기로 했다.
17일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국내 관련부처와 차례로 만나 이란산 원유 감축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인혼은 회의에 앞서 "우리의 파트너들에게 이란산 원유구매와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이에 화답했다. 세 부처는 회의 후 합동으로 보도자료를 내 "국제사회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한다는 입장임을 강조했다"며 "대이란 제재의 취지에 공감을 표하고 가능한 범위 내 최대한 협력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전까지 원유 수입규모를 줄일 것인지 정당한 사유를 들어 해당 법 적용을 예외나 면제(웨이버) 받을지 고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결국 수입규모를 줄이는 선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 비중은 전체의 9.7%를 차지한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미국 내에서도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어떻게 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예외조항을 적용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마냥 자국 이익만 주장할 순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한국이 해야 할 노력이 있다면 맞춰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인혼은 이날 면담에서 그간 이란산 원유수입을 제한하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중국이 올해 들어 이란산 원유수입비중을 줄인 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이유에서든 중국이 수입량을 줄인 상황에서 한국 역시 이같은 대이란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인 감축규모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국방수권법 유예기간이 아직 남은 만큼 감축폭에 대해서는 아직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도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제재로 인해 국제유가가 오르는 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가 원치 않는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도 전 세계 각국의 수급현황이 각기 다른 조건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한가지 잣대만으로 일괄적으로 수급을 줄이기 힘든 만큼 각국의 상황과 감축량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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