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축산농가에 '동물학대' 비난 … "오죽했으면" 동정론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어떻게든 소를 살려보려고 논밭도 팔고 소도 팔고 노후 대책으로 들어뒀던 2500만원 짜리 보험도 깼는데, 결국 빚만 1억5000만원 넘게 남았다."
전북 순창의 한 축산농가에서 올 들어 소 열대여섯 마리가 굶어 죽는 일이 발생하면서 소 값 폭락이 동물학대 논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쇠고기 가격 하락과 사료 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놓인 축산농가가 가격 인상을 위해 일부러 소를 굶겨 죽이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이 농가의 주인인 문모(56)씨는 지난해 4월부터 자신이 기르던 80여마리의 소를 먹이지 못해 굶기고 있는 상황. 절반 가량인 40여마리가 이미 상당 기간 사료를 먹지 못해 집단 아사했고, 남은 소들도 곧 굶어죽을 운명에 내몰리고 있다.
문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서 한 마리에 400만원이 넘던 소 가격이 지금은 2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이 문제는 일회성 사료 지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동물보호단체가 이 축산농가를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고 정부 차원에서 남은 소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제는 더욱 확대됐다.
동영상에 담긴 축사의 모습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지친 소들은 더러운 축사 바닥을 연신 핥아대고 있고, 그럴 기운조차 없는 앙상한 몸집의 소들은 초점을 잃은 눈을 껌뻑이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아직 살아 있는 소들 뒤로는 매장되지도 못한 소들의 사체가 무덤처럼 쌓여 방치되고 있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측은 "한달 여분의 사료를 마련해 축산업자에게 제공했지만 문씨가 지속적인 지원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르던 소를 굶겨 죽이고 있는 해당 농가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뉴스와 동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의 여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살아 있는 소를 굶어 죽이겠느냐" "소도 생명이지만 사람도 살고 봐야 하지 않겠냐" "소 키우는데 사료 값 뿐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등 축산농가를 이해한다는 반응과 "값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먹을 것조차 주지 않는 것은 동물학대다" "차라리 안락사를 시키지 서서히 죽도록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소를 볼모로 정부에 항의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소 값 폭락 사태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기도 한다.
온라인상에는 "소를 굶겨 죽였다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공무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수요 예측과 가격 통제 등 정부가 잘못한 일을 축산농가 탓으로 돌리지 말라" 등 당국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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