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져도 웃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정치인과 연예인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줄 착각하고 웃는다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유행하는 농담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큰다는 점에선 꼭 닮았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면 모든 것을 얻지만,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면 반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권에서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플'(댓글이 하나도 없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노이즈 마케팅'이 만연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 관심 받는 방법도 각양각색
노이즈마케팅의 가장 흔한 방법은 독설이다. 최근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영등포갑)은 당 강령에서 '보수' 삭제를 주장한 김종인 비대위원에게 "아예 한나라당 철거반장으로 왔다"며 "뇌물죄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2년간 징역을 산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27세의 이준석 비대위원을 향해선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되어버린 연예인은 마약에 손대거나 자살한다"며 독설을 내뱉었다. 대변인을 지내며 갖은 독설로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스트라이커'의 부활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형도 돈 훔쳐먹고, 마누라도 돈 훔쳐먹으려고 별짓 다하고 있다"고 비난한 최종원 민주통합당 의원(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도 전 의원의 '라이벌'이다.
소송전을 벌이며 관심을 유도하는 유형도 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강용석 의원(무소속, 마포을)은 지난 해 개그맨 최효종 씨의 시사풍자개그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도봉갑)은 음주 방송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을 고소해 도마위에 올랐고,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서울 중구)은 '1억 피부숍' 의혹을 제기한 '나는 꼼수다' 팀을 고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세간의 주목을 받을만한 내용을 폭로하는 방식도 있다. 최근 고승덕 의원(서초을)은 "전당대회에서 300만원짜리 돈봉투가 돌았고 그 사람이 당선되었다"면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폭로전에 가세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전남 목포)의 '박태규리스트'를 실명공개나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안양 동안갑)의 삼화저축은행비리 정권실세 개입 의혹 제기는 여야 공방에서 '단골'처럼 등장한다.
◆ 계속되는 노이즈 마케팅, 왜?
정치인이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인지도 제고와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인지도가 떨어지면 지지도를 올릴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어서다.
국회에서 12년 째 보좌관을 하고 있는 이모씨는 "지역 주민들에게 활동을 알려야 하지만 지역구 활동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계가 있고, 의정보고서는 버려지기 일쑤"라면서 "결국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유리한데 방법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 박모씨는 "초선 의원의 경우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발언권을 얻는 것도 1년에 한두번밖에 안된다"고 전했다. 강용석 의원은 '최효종 고소'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노리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인지도가 올라가니까 손해볼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 있을까?
광고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이슈보다 부정적 이슈가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각인되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의 광고 효과는 탁월하다고 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 심리에는 부정적인 소식에 더 관심을 갖는 특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칫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질 수 있기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도 유사하다.
정치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언론보도가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크게 작용한다"며 "부정적 기억은 점차 사라지고 이름만 기억속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연희 의원이나 전여옥 의원이 당선될 수 있는 것도 바로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이 인지도 제고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인지도와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소수의 지지층을 모으는 효과는 있지만 다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을 수 있고, 대중의 정치혐오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노이즈 마케팅임을 알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말로 언론에 나와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일부 있다"면서 "노이즈 마케팅은 대중들은 정치를 포기하고 끝내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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