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국의 관문이라는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고용 불안에 따른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40여개의 청소ㆍ관리 등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 6000여 명 등 2만여 명의 비정규직은 2~3년 단위로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해고 당하면서 용역 회사ㆍ인천공항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세계 최우수로 평가받는 인천공항 서비스를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의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세관에서 안전성 검사를 마친 수하물에 꼬리표(태그)를 붙이는 용역 업체가 K사에서 P사로 교체되면서 전체 5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31명이 해고됐다.
P사 측은 '하필이면' 신정 연휴 직적인 지난해 12월31일 이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고를 통보했다. P사 측은 "두 번이나 재고용 의사를 밝히고 이력서 제출 및 면접을 보라고 촉구했지만 응하지 않아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측이 재고용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일방으로 해고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최근 용역업체 교체를 앞두고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해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 해고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피해를 보는 것은 공항 이용객들이다. 이용객들은 세관 검사를 받은 물건에 태그가 정상으로 부착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서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비행기가 도착해 입국할 때 태그와 짐 내용이 다르면 수속이 지연되거나 수색을 받는 등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체 업무에 투입된 비노조원들이 장기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 갈수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에서는 지난 4일 '수하물이 많아서 승객들의 물품과 전자태그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정확히 확인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이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용역 회사 측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말에도 보안ㆍ검색을 맡은 특수경비대 직원들 중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일부 직원들이 용역업체 교체 과정에서 해고돼 말썽이 있었다. 바뀐 용역 업체가 노조원 7명에 대해 갑자기 해고를 통보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얼마 전엔 공항공사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교통비 7만원 삭감 방침을 검토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2009년엔 공항공사가 10%의 예산 삭감 방침을 정하면서 하청업체 예산도 삭감되자 노사 갈등이 빚어졌고, 2010년엔 환경미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이 10억 원 가량 체불돼 문제가 됐다.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인천공항 특유의 '저비용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때부터 효율화를 명분으로 인천공항공사는 관리 책임만 맡고, 청소ㆍ관리 등 실질적인 서비스 업무는 공항공사 또는 개별 기관과 하청 용역을 맺은 40여개의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6000여 명이 책임지고 있다. 면세점ㆍ항공사 등을 포함하면 수백 개 이상의 용역업체에서 2만 명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2~3년 단위로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용역 회사ㆍ공항공사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안 검색ㆍ태그 부착 등 테러 예방ㆍ보안 관련 분야의 경우 숙련 노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이 일하고 있어 공항 서비스 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김성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주 업체에 용역을 줘 비정규직을 고용하게 하는 식의 간접적인 공항 운영은 책임질 당사자들이 공항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불안한 구조이며, 고용 불안ㆍ노사 갈등으로 세계 1등 서비스 공항의 지위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우선 인천공항공사를 공단으로 확대 개편해 외주업체를 배제하고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차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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