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아름다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름다움은 신의 선물”이라 했고, 테오프라스토스는 “아름다움은 말 없는 속임수”라고, 소크라테스는 “선한 삶, 아름다운 삶, 올바른 삶 모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뷰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름다움이란 내적인 것, 마음에 달렸다”라고. 사포도 그리 말했었다. “아름다운 것은 선한 것이고 선한 사람은 곧 아름다워질 것”이다.
너도나도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감히, 아름다움>은 정작 '아름다움'이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들 각자는 과연 어디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어떻게 나누고 말할 것인가.
김혜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귀로 시를 쓴다”고 한다. 시는 “깊고 텅 빈 것에 대한 내밀한 몰입이 귀가 하는 말, 시 쓰기”라고. 그리고 ‘귀’에 관해 18쪽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이런 지점이다. 아름다움에 열중했던 이들이 오로지 하나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18쪽의 글로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
화학자도 아름다움에 관해 말한다. 정두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는 “자연 상태는 덩굴이 오른쪽으로만 꼬여가듯 한쪽으로 편향된 상태가 안정적이다”라며 ‘대칭의 아름다움’에 의문을 제기한다. 읽다보면 건축가, 사진작가, 지리학자가 각자의 분야에서 아름다움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진다.
책은 11명의 강연자이자 저자의 이야기다.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홍승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안상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김병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김혜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김현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원장, 정두수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 전중환 경의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 최창조 전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배병우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백영서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다. 이들은 제4회 통섭원 심포지엄에서 ‘내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11인의 강연자이자 저자의 이야기는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엮었다. 책은 과학에서 예술까지 아우르며 아름다움을 주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통섭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말하는 편이 공감하기 쉽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해질 무렵을 좋아한다는 이들이 뜻밖에 적지 않다. 시간을 내어 가까운 동산에 오르거나 강변을 거닐며 지는 해를 바라보라. 석양을 바라보며 숙연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감성인가보다.<인간의 위대한 스승들>이라는 책에는 평생 아프리카에서 자연을 연구한 어느 동물학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그는 아프리카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스러져가는 석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숲 속에서 홀연 파파야 한 묶음을 들고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지는 해를 발견한 그 침팬지는 쥐고 있던 파파야를 슬그머니 내려놓더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노을을 15분 동안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터덜터덜 숲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에 내려놓은 파파야는 까맣게 잊은 채. 침팬지의 삶도 피안의 순간에는 까마득한 저 영원의 바깥으로 이어지는가? 그 순간에는 그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을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있었나 보다." - 최재천 ‘에필로그’ 중에서
▲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열한 갈래의 길', <감히, 아름다움>_ 최재천 엮음, 이음 출판사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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