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아직은 말하기보다 듣고 배울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7세의 한나라당 자문위원 표철민(27) 위자드웍스 대표가 임명 하루만인 3일 사퇴하면서 한 말이다. 하루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소통을 담당하는 '눈높이 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표 대표를 비롯해 김진수 야후코리아 전 대표, 트위터에서 활약중인 최영호 변호사를 선임했다. 표 씨는 첫 회의에 참석한 직후 조현정 비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현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문위원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와 동갑내기인 이준석(27)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임명 때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한 이 위원은 연일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디도스와 관련해 김어준 씨를 영입하고자 했고, '당의 선배'였던 강용석 의원과 트위터로 설전을 벌였다. 전여옥 의원을 향해서는 '배신자'라고 평가했고, 자신을 임명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남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주장했다. 나이 탓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혹독한 검증을 받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외국에선 '20대의 정치 실험'이 익숙한 풍경이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22살때부터 보수당의 보좌관으로 일했고, 39살에 당수에 올라 43살에 영국의 총리가 됐다. 외국에서 젊은 지도자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중등학교에서부터 활발한 정치 동아리 활동을 통해 훈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나이가 젊어도 말의 책임성을 의심받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인선'을 단행한 한나라당 비대위는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젊은세대ㆍ소외계층과의 소통을 위해 27살의 두 청년을 영입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20대가 주도하는 긍정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의견과 "정치를 너무 몰라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비판적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여당의 권력 핵심에 임명되었던 표 씨와 이 위원의 상반된 선택에 대한 평가는 한나라당 비대위의 개혁 성패와 맞닿아있다. 인적 쇄신과 당내 화합 사이에서 표류중인 비대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두 청년 중 누구의 선택이 현명했을까. 흥미롭게 지켜볼만 하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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