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국권력 이동의해
모든 것은 변한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명제 외엔 없다. 굳이 헤겔의 변증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변화는 이렇듯 언제나 우리 삶을 관통하고 있다.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그리고 그 인간이 모여서 만든 사회와 국가 모두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모든 생명은 '변화'다. 생명의 유지는 세포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변화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2년 임진년엔 이같은 변화가 사회 전분야에 걸쳐 예전보다 훨씬 더 강도높게 우리의 삶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신문이 2012년 새해의 키워드를 '변화(change)'로 정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012년 한해 전 세계를 꿰는 메가트렌드는 변화(change)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엔 바로 정치권력의 교체가 있다. 4월 11일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12월 19일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대한민국의 의회권력과 정치권력이 한해에 모두 바뀐다.
한반도 권력의 또 다른 축인 북한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섰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후계체제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김정은 체제 자체가 북한내 권력의 중요한 변화를 뜻한다.
나라 밖으로 보면 2012년은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러시아(3월), 프랑스(4월), 중국(10월), 미국(11월) 등 전 세계 29개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있고 중국은 시진핑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가 옛 소비에트 연방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푸틴의 절대권력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역시 재선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2011년 튀니지 재스민혁명에서 촉발된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바람과 새 정부 구성을 포함하면 전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정치권력의 지형이 바뀐다.
한반도의 안보지형 변화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서른살의 김정은은 북한 3대 세습의 첫 발을 내디뎠다. 올해 3월엔 전 세계 핵보유국과 비회원국, 국제기구 등 50개국가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국내외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정치권력의 교체와 동북아 권력지도의 변화는 그 어느때보다 예측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총선과 대선의 핵심이슈도 달라지고 있다.그간 경제와 복지에 안보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선거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난 2011년 4.27 분당을(乙) 보궐선거와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기성 정당정치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가 정치권의 지상명령이 됐다는 뜻이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와 SNS(소셜네트워크시스템)열풍은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동력이다.
이같은 변화는 현실 정치권에서 현재진행형이다. 한나라당은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선 '비상체제'로 급전환했고, 야권은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이 결합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도도한 민심의 변화가 '박근혜 대세론'을 잠재운 것이며, 야권의 집결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박 전 대표는 '안풍'을 차단하고 대세론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박근혜 회의론'이 부상하고 여권 내 대권구도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여권에서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여권의 핵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총선 이후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그는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박 전 대표와 함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다.
대한민국은 전후 60년간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보이면서 경제와 정치, 사회와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놀랄만한 발전과 변화를 겪었다. 지금 대한민국엔 70년대의 사고와 90년대의 행동이 21세기의 인프라에서 구현되는가 하면, 반대로 신세대의 정서가 80년대의 인프라 속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3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있다. 변화의 속도만 보면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이 변화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아니 이 변화를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대한민국호의 향후 10년은 여기에서 결정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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