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계열사 사장 수사에도 임직원 동요 없어
조직구성원의 자율성으로 인한 독립성 바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최재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는 SK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SK그룹 임직원들이 리더십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업무와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SK식 팔로워십(Follower-ship)'의 등장이다.
팔로워십은 리더십에 반대되는 말로 추종자 정신, 추종력 등을 뜻한다. 리더십이 회사를 이끄는 강력한 구심점이라면, 임직원들이 보여주는 팔로워십은 회사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구심력을 제공한다.
이는 2008년 최태원 회장이 취임 10주년을 맞아 “SK의 각 회사는 스스로 경영능력과 생존기반을 갖춰야한다”며 강조한 '따로 또 같이' 경영에 기초하고 있다.
SK 계열사 사장들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도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위기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황규호 SK해운 사장은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미국선급협회 연례회의에 참석, 글로벌 해운 경기와 전망에 대해 세계 해운업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가졌다.
일정 가운데 8일은 검찰이 SK 본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10여곳을 압수수색한 날로 SK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그러나 황 사장은 일정 변경없이 출장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본사 압수수색 일주일 뒤인 14일부터 홍콩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이사회에 참석, 세계 25개사 경영진과 함께 통신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기행 SK건설 사장은 지난 21일 충주시와 협약을 맺고 2000억원 규모의 신산업단지 투자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불과 이틀 전인 19일 최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협약식을 연기하지 않았다.
86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SK그룹은 최근 몇 년새 계열사 조직개편을 추진해 왔다. 그에 따라 회사별로 경영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다보니 높은 독립성을 갖추게 됐고 이런 그룹의 특성이 이번 위기 극복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 관계자는 “임직원들은 경영 일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검찰 수사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온뒤 땅이 굳어지듯이 기업들은 위기에서도 많은 점을 배워야 한다”며 “SK 임직원들은 이번 위기를 통해 확실한 팔로우십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팔로워십이란=리더십에 반대되는 말로 추종자 정신, 추종력 등을 뜻한다. 로버트 캘리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는 조직의 성공에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20% 정도이며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라고 평가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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