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서울 전세시장에 이상조짐이 생겼다. 연일 고공행진하며 서민 주거를 괴롭혔던 전셋값이 정작 최대 성수기인 겨울철에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4% 하락했다. 이로써 10월3주 이후 9주 연속 약세를 지속하게 됐다. 구별로는 강동구가 0.19% 떨어졌고 도봉구(-0.16%)와 강북구(-0.11%) 강남구(-0.08%) 등도 하락했다. 강동구는 명일동 명일삼환, 신동아 등지에 전세 물건이 적체돼 있어 전셋값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 내렸다. 강남구의 대치동 선경, 개포동 우성3차 등도 1500만~35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군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뛰었던 예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겨울방학을 앞둔 11월말부터 전셋값이 상승세로 반전, 12월 이사철 상승폭을 키웠다. 2009년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그동안 겨울철 학군수요에 따른 전셋값 상승은 일종의 불문율에 가까왔던 셈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이처럼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학군수요가 실종했기 때문이다. 실제 학군 수혜지역인 강남구, 노원구, 양천구의 전셋값은 전주보다 각각 0.08%, 0.03%, 0.04%씩 떨어졌다. 반면 같은 시기 구로구, 마포구 등의 전셋값은 0.01% 올랐다. 쉬운 수능 탓에 강남이나 목동 학군으로의 진입이 오히려 내신에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가격 급등 부담으로 인기 지역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점도 전세시장을 냉랭하게 한 요인이다. 서울 전세가격은 최근 2~3년간 크게 오른 탓에 최근 한두 달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여전히 높다. 서울 전세가격은 지난 2008년 3.3㎡당 611만원에서 현재 841만원으로 최근 3년간 37% 뛰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세시장 분위기가 지속되긴 힘들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 의견이다. 현재 일시적인 수요위축에 의해 전세가격이 하락한 만큼 앞으로 수요가 움직인다면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내년 입주물량 감소가 최대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새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1만5800여 가구로 올해보다 61% 가까이 줄어든다. 반면 전셋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강동 고덕시영 2500가구, 송파 가락시영 6600가구 등 강남 생활권을 기반으로 하는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올해 강남 청실 1300여가구가 이주하면서 강남권 일대 전세가격이 급등했다"며 "내년 역시 입주물량 감소, 재건축 이주 등의 불안요소가 있어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