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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방공기업 사장의 미스터리한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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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7일 인천의 A 지방공기업 사장이 송도 아파트 분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것에 대해 뒷말이 많다.


지난 10월 말 분양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송도웰카운티5단지의 참패는 가뜩이나 침체된 송도 부동산 시장을 차가운 겨울 바람과 함께 꽁꽁 얼려버린 사건이었다. 요즘처럼 엄혹한 상황 속에 엉터리 설계ㆍ상품구성, 마케팅 역량 부족 등 '허접한' 무기를 들고 시장이라는 전장에 나섰으니 어찌보면 예견된 참사였다. 줄줄이 대기 중이던 분양 물량들이 대거 내년 초ㆍ중반으로 시기를 미루는 등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삼고초려' 끝에 지난해 9월 취임한 A 전 사장은 도시, 건설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으로, 복마전처럼 얽인 각종 사업과 부채 문제를 정리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A 전 사장은 끝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고 송도웰카운티 5단지 분양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도시ㆍ건설 분야의 전문가라는 명성에 흠이 갔다.


자신을 기용한 송 시장에게도 큰 타격이다. 전임 시장 시절 과도하게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애써 영입한 전문가가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고 퇴진했기 때문이다. 해당 공기업은 올해 말 현재 부채가 5조8000억 원 대로, 검단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인천 지역의 주요 개발 사업을 진행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입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채 이자만 하루 10억 원에 가깝게 지불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송 시장은 이를 해결할 적임자로 30년 도시ㆍ건설 분야 전문가인 A 전 사장을 모셔왔지만 결국 실패한 인사였다. 임기 전반기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정 운영 전반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대체할 만한 인물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모가 무산됐고, 이달 말 재공모가 실시될 예정이다.


특히 문제는 A 전 사장의 사퇴를 전후한 언동이 30년 베테랑 공직자답지 않다는 점이다.


A 전 사장은 사퇴하면서 분양 실패 원인을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는데다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분양 시기를 잘못 선택했고, 요즘 추세인 소형이 아니라 인기 없는 중형 위주의 상품 구성, 소비자들의 최신 기호에 맞지 않는 내부 설계, 마케팅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인천 지역에서는 '업계 최고 전문가'인 A 전 사장이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미스터리한 일"이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상황과 업계의 동향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왜 그런 최악의 선택을 했는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돈을 아끼겠다"며 홍보 비용을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하는 등 마케팅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업계 전문가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해당 지방공기업 내부 직원들의 '반란'에 A 전 사장이 당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분양을 반대했지만 사업을 계속해야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란에 밀려 분양을 했다가 사퇴의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A 전 사장이 사퇴 후 내년 선거 출마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다른 말들도 나온다. 미분양 사태를 고의로 방기해 자신이 사퇴할 명분을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A 전 사장은 사퇴설이 오가는 와중에도 정치권 진출 의사를 부인해오다 사퇴한 다음날 바로 주소를 출마 예정지로 옮기고 해당 지역 신문에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행동했다. 또 사상 최악의 사태를 일으켜 놓고 사퇴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0년 도시ㆍ건설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이자 고위 공직자 출신 답지 않은 처신이었다. 그가 내년 선거에서 당선돼 한 도시의 행정 책임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 그가 과연 자격이 있을까 의문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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