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흔히들 유럽의 경기침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유럽의 위기가 심각한 불황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컨설팅업체 A 개리 실링 앤 컴퍼니의 사장으로 뉴스레터 'A 개리 실링스 인사이트'의 발행자이기도 한 개리 실링(74·사진)은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와 가진 회견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내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앞날이 더 암울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유럽의 경기침체는 구조적인 문제다. 유로존 대부분은 지정학적 분쟁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재정문제가 재화·서비스 부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정책은 제각각이다. 이것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실링의 생각이다.
그는 "유로존의 금융정책이 통일돼 있지만 재정정책은 그렇지 않다"며 "따라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 상황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링은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았지만 유럽 은행들이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니 적어도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금융 시스템의 붕괴다. 유럽의 대미 수입 수요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빈약한 재화·서비스 수요가 아니라 유럽 은행들의 줄도산이다.
실링은 "대출·파생상품 등 미국 은행들의 대외 노출 가운데 27%가 유로존과 관계 있다"며 "유럽에 더 많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프리몬트 태생인 실링은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탠더드 오일(지금의 엑슨), 투자은행 메릴 린치와 화이트 웰드 앤 코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1979년 A 개리 실링 앤 컴퍼니를 설립했다.
가까운 장래에 경기가 회복될 기미는 없다고 주장해온 실링은 과거 여러 차례 경기침체를 정확히 예측한 족집게로 유명하다. 일례로 1969년 봄 그는 같은 해 말에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1973년에는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재고가 쌓이고 이어 대공황(1929~39년) 이래 가장 혹독한 불경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0년대 후반 대다수 애널리스트가 고(高)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링은 미국의 불안정한 정치 환경으로 고인플레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온갖 경제문제에 대해 예견한 그는 유형자산을 선호하던 기존 투자전략이 향후 주식·채권 위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저서 '부채감소의 시대'(The Age of Deleveraging)에서 오는 10년 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난 6월에는 주택 경기 침체로 미국 등 글로벌 경제가 내년 다시 침체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논평가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실링은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일간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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