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직접 방북, 조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08년 8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 이후 중단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도 추이가 주목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일 "정부가 민간인 조문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현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빈소를 찾을 것"이라며 "통일부와 협의를 거쳐 조문 규모와 일정, 방법 등을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정부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에 대해서만 방북 조문을 허용한 만큼, 아직까지 현 회장만 조문을 갈지 타 계열사 사장도 함께 방북을 할지에 대해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앞서 현 회장은 이날 오전 재계에서 처음으로 공식자료를 내고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출 것"이라고 언급, 방북 조문을 시사했다.
현 회장은 그간 대북사업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독대하는 등 재계에서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경영자로 꼽힌다. 그간 현 회장은 대북사업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김 위원장과 직접 면담하는 정면돌파방식을 택했다.
지난 2005년 7월에는 원산에서 김 위원장과 처음 만나 백두산 개성시범관광을 논의했고, 2007년 11월에는 4박5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백두산 및 개성관광 사업권 확보 등을 발표했다. 당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의 특별기를 타고 백두산을 둘러보기도 했다.
마지막 독대는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으로 대북사업이 중단,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이듬해 8월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방북해 이뤄졌다. 현 회장은 체류일정을 수차례 연기한 끝에 김 위원장과 묘향산에서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합의하고 돌아왔다.
북한 역시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과 2003년 정몽헌 회장 타계 당시 각각 조문단과 조전을 보내 현대그룹측에 애도를 표한 바 있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2005년),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2006년), 현 회장의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2007년)가 별세했을 때도 조전을 보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인 지난 3월에는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현대그룹 측에 친서를 전했다.
특히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은 그룹 주력사업인 대북사업과 관련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지원했던 김정일 국방 위원장까지 사망한 후,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현대그룹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갈 것인가가 그 핵심이다.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이후 중단된 상태다. 3년 이상 주력 관광사업이 중단되며 현대아산은 약 50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직원 수의 70%를 구조조정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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