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경제가 2년이 넘게 계속된 지지부진 끝에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얼마나 계속될 것이며 내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11월 실업률은 8.6%를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선 아래로 떨어졌고, 10일 기준으로 집계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36만6000건으로 2008년 5월 이후 3년 반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시장 회복이 조금씩 진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소비지출 지표도 개선됐다. 11월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증가폭이 크지는 않았으나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경기 지표인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년만에 최대 월간 상승폭을 보였고 미시건대 집계 소비심리지수도 예상을 웃돌았다. 특히 지난주 16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달과 같은 0.1%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만해지고 있음을 보였다.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010년 초 이후 가장 괜찮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3%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 기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이 2.5%에서 3%로 높였고 골드만삭스는 3%에서 3.4%로 상향했다. 반면 이같은 지표 개선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며, 유로존 부채위기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회복세가 얼마나 가겠느냐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그러나 내년 미국 경제 회복세가 어떤 식으로든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긍정론자들과 비관론자들 모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역대 재선 결과에서도 경제상황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48년 33대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재선 이후 9번 실시된 대통령 재선 도전에서 실패한 경우는 1976년 38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 1980년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 1992년 41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세 차례로, 모두 7.5% 안팎의 높은 실업률에 발목을 잡혔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선 당시도 실업률이 7.2%에 달했지만, 경제성장률이 5.6%에 이르고 가계수입증가율도 높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2011년 미국 경제는 수치만 놓고 보자면 역대 어느 때보다도 최악이다. 가계수입과 가계저축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고 경제도 연 1.5%의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경제 회복세가 좀더 가시화되면 이는 바뀔 수 있으며,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이 지금보다 개선된다고 해도 공화당은 경제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단순히 수치적 경제지표만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진영의 자문을 맡았던 더글라스 홀트 이어킨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 측은 단순히 높은 실업률,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얼마나 나쁜지 보라’고 주장해도 된다”면서 “재선투표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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