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해저준설 흙 물리·화학 특성 바꿔…새만금에 적용 땐 300억원 줄여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바다흙에서도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기술이 첫 개발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6일 바다 밑을 긁어내 나온 흙에 소금기가 없는 일반 흙을 전혀 섞지 않고도 수목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려 자랄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밝혔다.
◆특징과 얻는 효과=통기성·배수성이 좋지 않고 염분이 많은 강알칼리성이어서 식물이 자라기 쉽지 않은 바다 밑 준설토 땅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기술을 너비 60m, 길이 33km인 새만금 방조제에 적용할 경우 적어도 300억원을 아낄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만금지역을 비롯한 바닷가 간척지 생태계 되살리기도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 방법은 뿌리를 깊게 내려야 사는 나무의 생장을 어렵게 하는 물리·화학적 장애를 없애는 원천기술이다.
◆개발 과정과 전망=국립산림과학원 산림수토보전과 정영호 박사의 환경복원연구팀은 2009년 실험을 했다. 준설토로 이뤄진 땅을 1.65m 파낸 뒤 15㎝ 깊이로 자갈, 활엽수 목질칩, 나무껍질 등의 염분상승 차단재를 넣고 그 위 1.5m의 준설토엔 톱밥 등으로 이뤄진 토양개량제 BG-11을 섞어 넣은 것이다.
1년 뒤 준설토는 통기·배수성 등 토양물리성이 20배까지 개선됐다. 염분은 0.03% 이하(수목생육 한계농도 0.05%)로 내려갔다. 산도도 강알칼리성인 pH 9에서 중성인 pH 7수준으로 20배 개선돼 잔디와 수목의 활착·생육에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준설토 지표고정을 위해 뿌린 한국들잔디가 완벽히 뿌리를 내려 피복률 100%에 이르렀다. 현행 지표고정 공법인 줄 떼 붙이기를 할 땐 2년 뒤 떼의 피복비율이 43%에 그친데 비하면 피복속도가 크게 빠른 것이다.
이 방법을 쓴 준설토에 지난해 심은 해송, 느티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느릅나무 등 수목의 활착 및 생육도 양호해 이달 현재 모든 수종이 95% 이상 높은 활착률을 보이고 있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해저준설토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방조제 사면은 물론 방수제 터에도 명품 숲을 가꿀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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