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업체 경영난 '허덕'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공공 발주가 줄며 민간사업에 집중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 30여 년간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이 임원은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며 "이대로 가다간 (먹거리 부족으로) 쓰러지지 않는 중견 건설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의 허리인 중견 건설업체들이 무너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최근 들어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육책으로 감자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중견 건설사 몰락의 단초는 주택시장 침체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사업에 주력해온 중견 건설사들이 저조한 분양으로 만기가 돌아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하고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것이다.
벽산건설과 LIG건설, 동일토건, 월드건설, 동문건설 등은 워크아웃 신청 당시 주택사업 비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주택 비중이 높았던 회사들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ㆍ민간ㆍ해외부문에 걸쳐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대형사들과 달리 중견사들은 주택 매출 의존도가 높아 시장의 침체를 버틸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중견건설사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공사 물량이 줄고 있는 데다, 최근 공공입찰 제한 조치로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견사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침체한 주택 시장과 금융권의 돈줄 죄기 관행 등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중견사들의 도미노식 부도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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