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에도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버렸다. 그러나 어떤 시대에도 장기 투자자에게는 유효한 투자 아이디어가 있는 법이다. 그 중에서도 '다운스트림(downstream)적 사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운스트림은 말 그대로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을 말하는데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의 등장이나 새로운 경제 현상이 등장하면 해당 신기술이나 경제 현상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됐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남미 등지에서 약 10만명의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 시대의 개막이었다. 이 시대에 돈을 번 사람은 누구였을까. 물론 일부 황금채취에 성공한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착실하게 돈을 모은 사람들은 광부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하던 상인들이었다. 질긴 천을 사용해 광부들에게 바지를 만들어줬던 한 사람은 큰 돈을 벌었다. 바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다.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를 현재에 적용해 보자. 먼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흐름을 보일 트렌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확실해 보이는 추세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의 성장이다. 이들 국가는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들의 소득이 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다운스트림'은 어디일까. 요즘 서울 명동에 나가보면 호텔들에 빈 객실이 거의 없다. 중국인들의 관광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의 호텔업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런 식의 투자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는 펀드는 없을까. 국내에도 이미 이런 펀드가 몇 개 출시됐고, 최근의 위기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소비재 펀드들이다. 이 펀드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소비재 업종에 투자한다. 게다가 이런 펀드들에는 상대적으로 하락장에서 강한 소비재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편입돼 있어 변동성도 낮은 편이다. 불안한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확실한 장기추세에 의지하는 것이 낫다. 이머징 마켓의 소비증가라는 장기적인 트렌드에 주목하자.
윤치선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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