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뉴욕주식시장 주요 지수가 29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결과에 대한 기대 가운데 예상을 깬 미국 소비심리지표 ‘깜짝’ 개선이 호재로 작용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28%(32.62포인트) 오른 1만1555.6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2% 상승한 1195.19를, 나스닥지수는 0.47%(11.83포인트) 하락한 2515.51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인터넷포털 야후가 사모펀드 인수설에 힘입어 2.6% 상승했고 휴렛패커드가 RBC캐피털마켓의 매수추천에 1.7% 올랐다. 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엑슨모빌이 1.8% 오르는 등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이날 뉴욕파산법원에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한 아메리칸항공의 모기업 AMR은 80% 가까이 폭락했다.
클리블랜드 키코프의 브루스 매케인 투자은행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자신뢰지수는 향후 몇 달간 경기를 예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장의 거의 모든 구성원이 유럽 향방에 목매고 있는 상황이며,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유럽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예상 깬 소비심리 회복 ‘호재’ = 이날 발표된 미국 컨퍼런스보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예상을 크게 웃돌며 미국 소비자들의 고용·가계수입 체감도가 호전됐음을 나타냈다. 전달 40.9에서 크게 뛴 56.0을 기록해 2003년 4월 이후 8년만에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같은 소비심리 개선은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홀리데이 시즌 쇼핑대목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 매출은 주요 소매업체들의 연 매출 중 4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 증가세가 점차 줄고 시중 유가도 하락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것으로 풀이됐다.
함께 발표된 미국 연방주택금융감독청(FHFA)이 집계한 9월 주택가격지수도 예상을 깨고 상승했다. 9월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0.9% 상승해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0.1% 하락과 전달 0.2% 하락(수정치)한 것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주택시장 지표는 아직까지는 부동산시장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함을 나타냈다. 9월까지 12개월간 집계된 주택가격은 2.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주택가격이 5.7% 급락하고 네바다주 등에서 4.9% 하락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발표된 S&P/케이스쉴러 9월 주요 2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도 전년동기대비 3.59% 하락해 전달 3.80%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이는 3.0% 감소를 예상한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보다도 부진한 수치였다.
◆ 유로존 해법 나오나.. 기대 속 ‘촉각’ = 이날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레버리지(신용차입) 세부방안을 확정하고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한 차기 지원 등을 논의했다. 외신들은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과도 연정이 긴축재정 이행안을 약속함에 따라 약 58억유로 규모의 그리스에 대한 2차 추가지원을 확실히 승인했다고 유럽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EFSF 세부방안은 프라이머리 딜러 시장과 현물시장에 대한 EFSF 개입 방식과 각국 정부에 대한 예방적 대출 라인을 확장하는 문제, 그리고 효용을 높이기 위한 레버리지 방안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확대, IMF의 역할 확대 등의 문제도 비중있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실시된 이탈리아 국채 3년물·10년물 입찰은 사상 최고 수준인 7%이상의 발행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당초 목표치 80억유로보다 약간 적은 75억 유로 규모를 높은 응찰률 아래 무난히 발행을 마쳤다. 3년물은 이전 1.35배보다 높은 1.5배의 응찰률를 보였고 10년물도 1.27배에서 1.34배로 응찰률이 높아 시장의 우려를 다소 잠재웠다.
◆ FRB는 ‘QE3’ 카드 ‘만지작’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닛 옐런 부의장은 중앙은행인 FRB가 ‘3차 양적완화(QE3)’ 조치로 경기부양에 나설 여력이 있으며 자산매입 규모 확대와 초저금리 기조 유지를 통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옐런 부의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에서 열린 컨퍼런스를 통해 “수백만의 실업 인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에는 미국과 기타 선진국의 경제성장세가 너무 느리다”면서 “장기 금융자산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연방기금금리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확실한 방향제시를 통해 시장에 추가 완화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옐런 부의장은 “FRB는 경제회복세를 더욱 강하게 촉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경기부양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다른 정책 파트너들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QE3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록하트 총재는 애틀랜타에서 연설을 통해 “추가 자산 매입이 경제활동을 증가시킨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지는 회의적이다”라면서 “현재 경제 상황을 볼 때 FRB의 추가 채권 매입이 강력한 정책적 선택 방안이라고 보지 않으며, 다른 경기부양책이나 확실한 전략이 없이는 QE3가 경제성장에 충분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란-美·英 설전.. 유가는 상승세 = 이날 국제유가는 미국 소비심리 개선과 이란 핵문제 여파에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6%(1.58달러) 오른 배럴당 99.79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16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중 배럴당 100.06달러까지 올라 이틀 연속 10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런던 국제거래소(ICE)선물시장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1.8%(1.93달러) 오른 배럴당 110.93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겨냥해 에너지·금융부문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내놓은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이 반(反)서방 시위대에 점거당했다는 소식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영국 외교당국은 즉각 이란 정부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였다.
시카고 PFG베스트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도 예상을 웃돈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지표의 개선이 가장 큰 재료였다”면서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의 원인이며, 가까운 시일 안에 대이란 경제제재가 원유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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