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FTA로 또 다시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여한 강모(42)씨의 하소연이다.
강씨의 남편은 8년 전부터 중소기업을 운영해왔다. 전자기기 중고 물품을 다시 조립해 파는 중고품 재생업 회사다.
직원이 5명뿐인 강씨 남편의 회사는 최근 몇 년 새에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빚이 수억원대로 늘어나면서 지난해엔 아이들의 학원까지 끊었다는 그다.
강씨는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며 "그냥 이대로 넋 놓고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말을 이어가는 강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이어 "평소엔 남편이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가져다줬는데 지난해 초부터 그게 1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줄어들어 지금은 공과금도 밀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된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덕마저도 별로 보지 못했다는 게 강씨의 말이다.
지난달 중순 코트라(KOTRA)는 한미 FTA 발효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중소기업 품목 10개를 발표했다. 브레이크 패드와 볼트 등 자동차 부품과 펌프 등이 수혜 품목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역시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강씨 남편 회사와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강씨는 이와 관련해 "FTA로 더 큰 시장이 열려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건 일부 중소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가뜩이나 자본력이 없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FTA가 발효되면 더 큰 빚을 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어떤 집회에도 참여해본 적이 없다는 강씨. 그는 다음 번 한미 FTA 집회에는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집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서 '한미 FTA 비준 무효'를 외치는 강씨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비준무효'를 소리 높여 외치는 그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보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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