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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외화유동성 한숨돌린 은행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7초

-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 소강상태 접어들어
- 금융당국도 목표달성 기한 내년으로 연장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외화확보 총력전에 나섰던 은행들이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악화일로를 치닫던 글로벌 경제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든데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 목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일부 시중은행에게 연말까지 외화유동성을 정부 기준에 맞게 확충하라고 했던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되, 목표달성 기한은 늦추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말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시중은행에 연말까지 목표를 맞추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그동안 외화조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 금융상황이 긴박한 상황은 벗어났다고 판단, 각 은행이 무리하게 외화조달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그널을 은행에 보내고 있다. 외화조달이 미흡한 은행들에게 부여했던 목표 달성 기간도 내년이후로 연장해줬다.


당국이 이처럼 외화조달 고삐를 느슨하게 한 까닭은 국내 외환사정이 다소 개선된데다 국내 은행들이 대거 외화조달에 나서면서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수수료가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초래된 탓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은행들과 커미티드 라인을 체결할 외국계 은행들이 자기자본 부담이 커지는 데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수수료를 높게 받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 대출을 직접 해주는 것에 비해 커미티드라인을 통한 수익성이 크지는 않다"며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져 이런 기회를 통해 수수료 장사를 하려는 외국계 은행들도 있어 시중은행들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해외 은행과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지 않았던 경우 갑작스레 커미티드라인을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말 8억달러에서 9월말 36억달러로 급증했던 커미티드라인 규모는 현재 40억달러는 넘어선 상태지만 증가율이 크게 줄었다. 연말까지 10억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을 추가로 확충하겠다던 우리금융지주의 경우에도 스탠다드차타드, 노무라 등과 1억5000만달러~2억달러 정도의 커미티드라인을 확충하는 데 그쳤고, 얼마전 업무 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은 스페인 BBVA은행과 어떤 형태로든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생각만큼 급박하지 않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가 없는 상황인 만큼 이런 상황을 통해 수수료 장사를 하려는 외국계은행의 터무니없는 가격제한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며 "서두르지 않고 외화유동성을 여러가지 방안으로 확보하려 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비싼 돈은 안 쓰고 싼 돈을 쓰는 등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만큼 당초 목표달성 시한을 조금 완화해서 가자는 것이 현재 방침"이라며 "매일 시장상황을 보고 있는데, 은행들이 단기 스왑시장이나 콜 시장 등을 통해 충분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어설명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우리나라와 해외 금융사 간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 국내 은행은 해외 금융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비상시 사전에 약속한 한도에서 외화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법적으로 자금 인출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외화유동성 경색 현상이 발생했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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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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