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제가 평소에 벤처가 중요하다 말하면 "그게 그리 대수냐"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벤처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분들에겐 핀란드를 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유럽의 강소국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입니다. 이 회사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 전체 고용의 10%를 차지합니다. '핀란드=노키아'라는 공식은 진리였지요.
그랬던 노키아가 최근 연이은 부진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분기 7700억원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연말까지 직원 7000여명을 해고할 예정입니다. 지난 7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노키아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바로 윗 등급인 BBB-로 강등한 배경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핀란드 경제는 당연히 암울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실제론 어떨까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사를 통해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에게 되레 이익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키아는 지난 20년간 '벤처링 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이들은 간단한 제안서만 제출하면 노키아의 연구개발 설비와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노키아는 이 제도를 통해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담아 왔습니다.
이렇게 노키아 벤처링으로 육성된 인재들이 노키아 몰락을 계기로 저마다 벤처로 뛰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소위 '노키아 키즈'입니다.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로비오는 연간 매출 1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로비오를 선두로 수많은 노키아 키즈들이 핀란드를 먹여 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벤처의 힘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내년에만 예산 1800억원을 투입, '1인 창조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만의 강한 벤처 문화를 구축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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