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주인들이 지난달 중순 결의대회를 열고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한 데 이어 이달 하순부터는 유흥주점, 안경점, 학원을 비롯한 60여개 분야의 자영업자들이 지역별로 집회, 시위, 파업 등 집단행동을 통해 같은 요구를 할 예정이다. 이들이 소속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최고 4%대에 이르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5%로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외에 관광호텔, 병원, 주유소, 편의점 등의 사업자들도 잇달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가 이렇게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것은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용카드 업계가 마지못해 내놓은 수수료 인하 방안이 가맹점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대부분 재벌이나 은행의 계열사인 신용카드 회사들은 자의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회사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나섰고,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여야 정당도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위한 정책과 법안을 부랴부랴 만들어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수수료율 차등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민주당에서는 금융위가 수수료율의 기준을 정하게 하는 내용으로 각각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일종의 가격이라고 보면, 지금 우리는 가격 결정이 수요공급 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련 업계와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경쟁의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경제법칙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실패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정부의 실패에 있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규칙을 정하고 감시ㆍ감독을 해야 할 정부가 그동안 시의적절하게 그런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모든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하여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사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생겨나게 한 것도 정부다. 신용카드 시장에 경쟁이 작동하게 하고 신용카드 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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