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차우찬은 2회 1사 만루 위기를 탈출해 7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승리는 덤이었다. 브라이언 고든도 인상적인 피칭을 남겼다. 하지만 강봉규에게 결정적인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경계를 하지 못해 나온 실수인 듯했다. 그는 최형우, 채태인 등 중심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강봉규와의 대결은 조금 달랐다. 한 방이 없다고 여겼는지 투구를 다소 쉽게 가져갔다.
삼성은 1회부터 행운이 따랐다. 선두 정근우를 좌익수 뜬공을 처리했는데 대구나 문학구장이었다면 넘어갔을 타구였다. 잠실구장은 타 구장에 비해 넓은 크기를 갖췄다. 투수진이 강한 삼성에게 경기는 유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SK는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최정은 2사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이내 도루에 실패하고 말았다. 타자가 4번 박정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없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SK는 2회 1사 2, 3루에서 김강민이 볼넷을 얻어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상호와 박진만이 잇따라 삼진으로 물러나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정상호는 이전까지 2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 정도 부진에 시달리면 타자는 자신에게 찬스가 찾아오지 않길 희망한다. 이 점에서 앞선 김강민의 볼넷은 적잖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적극적인 타격으로 선취점을 얻는데 주력해야 했다. 다소 높게 들어왔던 볼을 때렸다면 흐름은 충분히 달라졌을 것이다.
삼성은 이날 빈타에 허덕였다. 안타 4개를 때리는데 그쳤다. 3번 채태인의 부진 탓이 컸다. 네 차례 타석을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더구나 그는 수비에서 뜬공을 잡다 실책까지 저질렀다. 박석민의 타격과 이는 크게 비교됐다. 그는 6회 엄정욱과의 대결에서 과감한 노림수를 뽐냈다. 볼카운트 0-3에서 배트를 휘둘러 파울홈런을 때렸다.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은 적극적인 공략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앞으로 채태인이 배워야 할 타격자세다.
삼성은 5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SK가 3위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이보다 더한 혈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삼성의 우승 원동력은 결국 정규시즌 1위라는 성적이었다. 정상에 올랐지만 한국시리즈는 그들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다. 류중일 감독은 개막 전부터 밀어붙인 강타선 구축에 실패했다. 이승엽의 가세는 여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물론 수확도 있다. 올 시즌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류 감독이 1년 동안 드러낸 지도력 역시 초보 딱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SK는 체력적인 면에서 삼성을 뛰어넘기에 벅차 보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큰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한국프로야구 특유 근성을 충분히 발휘했기 때문이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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