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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올해 세 번째 외환시장 개입.. '통화전쟁' 격화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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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7조엔 폭탄..화폐 세계대전 부른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엔화가 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를 연일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을 단행했다. 지난 3월과 8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88일만에 다시 개입해 엔화가치를 끌어내린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를 긴장시켰던 글로벌 환율전쟁의 방아쇠가 다시 당겨졌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日, 올해 세 번째 외환시장 개입.. '통화전쟁' 격화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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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 7조엔대 추정 시장개입 = 10월31일 엔·달러 환율은 오전 시드니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5.32엔까지 더 떨어져 역대 최저기록을 경신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일본 개장시간 이후인 오전 10시25분을 기점으로 도쿄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달러당 75.65엔에서 단번에 79.55엔까지 치솟아 5% 이상 절하 효과를 냈다. 엔·유로 환율도 동반 급등해 유로당 107.12엔에서 111.24엔으로 올랐다.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은 긴급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엔 매도·달러 매수의 직접개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 동향이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투기적 움직임이 극도로 심화됐으며,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즈미 재무상은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개입하겠다”면서 “이번 개입은 일본의 단독개입으로 관련국과 공조 아래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자세한 개입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외환시장에서는 약 7조엔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에노 다이사쿠 외환닷컴(가이타메닷컴) 책임연구원은 “이전 개입 당시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로 엔화가치가 하락했으며, 아마 역대 최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8월 4일 당시 일본 당국이 하루 동안 메도한 엔화는 약 4조5100억엔이었으며 지난해 9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 합해 7조3303억엔을 쏟아부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78엔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1일 오전 9시35분 현재 달러당 78.41엔을 기록하고 있다.


◆ 효과는 ‘제한적’ =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이번 개입이 성공적으로 엔고에 브레이크를 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전 세 차례의 시장 과거 개입 모두 ‘약발’이 오래 가지 못한 전례로 볼 때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중론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엔화가치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빠르게 매입에 나섰고 JP모건과 크레디스위스 등 대형은행들도 거래를 추천하고 있다.


앤드루 콕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이번 개입이 지난번과 다를 것으로 판단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BNY멜론은행 산하 FX펀드 파레토의 콘스탄틴 폰티코스 연구책임자는 “이번 시장개입은 일본 수출업체들의 월말 결산을 앞두고 엔 조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대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의 원인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과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 등으로 달러·유로화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이 저하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한 규모인데다 오래 지속된 디플레이션으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피난처로 간주됐기에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금융시장의 투자흐름은 전통적으로 엔화로 몰리는 현상을 보였다. 스위스프랑화의 강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선진시장 국가들은 저금리 정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와 미국 국채의 수익률 격차는 매우 좁아졌으며, 안전자산으로서의 일본 국채와 엔 수요를 더욱 끌어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엔·달러 환율이 2012년에 달러당 70엔대, 2013년에는 6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리처드 프라눌로비치 웨스트팩뱅킹 선임외환투자전략가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혼란에 빠진 상태로, 안전한 피난처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도 크다”면서 “일본 정부는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라프 라이디 인터마켓트스트래티지 대표는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은 잠깐 동안 시선을 끌기 위한 할로윈데이 의상 같은 것”이라면서 타국과의 공조 없는 단독개입의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 세계, 화폐전쟁으로 다시 돌입하나 =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자에서 “일본의 이번 외환시장 개입은 오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경제정책공조의 결핍을 노출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프랑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환율 문제에서 획기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던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회의 개막을 3일 앞두고 일본이 단독 개입에 나선 것에 대해 실망을 표하는 한편 “상호파괴적인 통화전쟁을 다시 부를 위험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 3.11 대지진 당시 G7이 공조개입을 했던 것처럼 주요국이 공동대응할 필요성에 무게를 두었다. 한 관계자는 “31일의 개입은 공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화는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역대 최고수준으로 가치가 치솟았다. 지난 9월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스위스프랑화의 초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유로화 대비 프랑화 최저환율 목표치를 유로당 1.20프랑으로 고정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무제한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시장개입 결과 SNB는 3분기 166억 프랑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상반기 108억프랑의 적자를 낸 것에 비해 ‘짭짤한’ 성과를 낸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G7회원국이라는 지위 때문에 SNB같은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면 환율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일시적으로 엔화를 쏟아붇는 개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과 스위스 외에도 주요 국가들이 자국 환율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82위안으로 묶었다가 지난해 6월부터 위안화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일일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변동폭을 ±0.5%로 제한하는 ‘관리형 변동환율제’를 2년여만에 다시 실시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절상해 왔으나 이같은 위안화 환율 통제는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무역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미국 등의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중국을 비판하는 미국도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사실상 달러를 쏟아부어 달러화 약세를 초래했다. 이번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 지연에 대한 비판도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달러당 75엔 시대’ 준비하는 일본 기업들 = 일본 주요 기업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구보 마코토 도시바 부회장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지만 단독 개입만으로는 외환시장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치는 2008년 이후 달러대비 41%, 유로대비 46.8% 절상됐다. 엔·달러 환율이 76엔대 이하까지 떨어지며 초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주요 수출기업들은 순익과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앞서 발표했던 연간 실적 목표치를 조정하고 있다. 엔화 강세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수출기업들의 지상과제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서 ‘일본 국내 생산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됐다.


WSJ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달 31일 엔고로 회계연도 2분기(6~9월) 1085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기간 310억엔 흑자에 비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6%와 51% 감소한 2조760억엔과 420억엔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파나소닉은 내년 3월로 끝나는 2011회계연도에 4200억엔의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르 수정했다. 올해 300억엔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2분기만에 적자전망으로 돌아선 것이다. 우에노야마 마코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으로서는 일본 국내에서 신규 투자를 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2위 자동차메이커 닛산자동차는 일본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최소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려워진 상황이다.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15일 “100만대 생산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엔화 강세가 더 지속된다면 이를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혼다자동차는 태국 홍수피해까지 겹쳐 2분기 매출이 56% 줄었다. 이케 후미히코 CFO는 “엔화가 달러당 75엔 수준을 유지하면 상황이 극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일본 3대 제약업체인 다이이치도 엔고 직격탄으로 2분기 순익이 117억엔을 기록해 전년대비 39%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36%와 7.5% 하락했고 연간 매출목표도 9700억엔에서 9300억엔으로 낮췄다. 후지쯔, 미쓰비시자동차, 전일본공수(ANA)도 엔·달러 환율 예상치를 달러당 78엔에서 76엔으로 낮추고 실적목표를 하향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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