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멈춰도 노조와 타협없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의 앨런 조이스 최고경영자(CEO.45.사진)는 노조에 관한한 강경한 자세를 가진 CEO로 평가될 만하다. 그는 전 CEO이자 현 이사회 의장인 리 클리포드(Leigh Clifford)와 노선을 같이 하는 인물이다. 호주 광산업체 리오 틴토에서 거친 광부 노조를 다룬 클리포드 의장은 노조와 타협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지난 9월부터 조종사와 정비사, 수화물 취급 근로자 등 3개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이자 조이스는 노조와 타협않는 CEO의 면모를 여지없이 과시했다.
그는 29일 항공기 비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31일부터 직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로 447편의 비행이 취소됐고, 호주 퍼스에서 열리는 영연방회에 참석하는 17개국 대표를 포함해 6만8000명의 발이 묶였다. 또 22개 공항에서 108대의 비행기가 비행을 못함으로써 하루 2000만 달러(미화 2100만 달러)이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추정했다.
호주 규제당국인 호주공정근로(FWA)가 31일 호주 노사에 대해 쟁의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긴급 중재명령을 내림에 따라 46시간만에 콴타스소속 항공기 운항전면 중단은 풀리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이스가 충격과 공포전략을 즐긴다”면서 “정부 개입을 통한 파업해결을 노린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조이스가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은 3개 노조가 지난 9월부터 임금인상과 동일근로조건 요구, 에어버스 380 등 신형기종 호주 국내 정비 등을 요구하면서 부분 파업을 벌인 탓에 주당 1500만 달러의 손실이 났기 때문이었다.
노조의 부분 파업이 비행 취소로 이어짐에 따라 콴타스는 6800만 호주달러의 손실을 냈고 주가는 39%나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마가렛 대처가 광산노조를 분쇄했듯이 조이스도 노조를 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콴타스 3개 노조는 조이스가 지난 8월 발표한 국제노선 구조조정 방안에 반발해 부분 파업을 벌여왔다. 조이스는 지난 6월 말까지 1년간 2억 호주 달러 이상의 손실을 낸 콴타스인터내셔널의 회생을 위해 아시아 지역에 프리미엄 노선을 신설하고, 일본에 저가 항공사를 설립하며, 홍콩과 런던간 비행편 등 이익이 남지 않는 장거리 노선을 폐지하며, 노후 항공기를 퇴출시키고 90억 달러의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이 조치로 1000개의 일자리가 감축될 것으로 보고 저지에 나선 것이다.
조이스가 노조반발이 뻔할 것을 알면서도 구조조정을 선택한 것은 경제가 급성장하는 아시아에 시장에서 항공여객이 급신장할 것이며, 그에 맞춰 저가 항공사들의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판세를 읽어낸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조이스는 아일랜드 국적 항공사 ‘에어 링거스’와 안셋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판매와 마케팅, 정보기술,네트워크 플래닝,조사,매출관리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콴타스에는 2000년 합류했다. 그는 특히 2001년 콴타스의 자회사인 제트스타 에어웨이의 CEO로서 수익을 내는 법을 터득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08년 모회사 CEO 자리를 거머쥐었다.
노조는 “조이스가 미쳤다”고 비난했지만 주주와 이사회는 28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그의 연봉을 대폭 올려주어 그에 대한 지지와 신임을 내보였다. 조이스는 일요일 방송에 출연해 “이번 조치는 노조를 협상테이블에 앉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자기 결정을 정당화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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