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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수다” 알고보니 주가조작 꼼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1초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실전투자대회에 나갈 때마다 1등을 도맡아 하는 A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재야 고수다. A씨는 이날도 컴퓨터 앞에 앉아 한 증권사가 개최한 대회에서 실력을 과시 중이다.


후보 종목군들을 살펴보던 A씨는 코스닥 종목 ‘갑’을 먹잇감으로 골랐다. 대회에 신고돼 있는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1만원에 사들였다.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타더니 현재가가 1만1000원이 됐다. 하지만 그 가격에 사겠다는 호가는 아직 없는 상태.

A씨의 손놀림은 이때부터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문기술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별도로 만들어 놓은 계좌를 이용해 1만600원, 1만500원, 1만400원의 매수주문을 쌓아 올린다. ‘사자’ 세력이 많아진 것처럼 보이자 추종세력이 붙는다. 더 비싼 값에 사겠다는 주문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온다. 이때 A씨는 ‘대회’ 계좌로 ‘갑’ 주식을 전량 털고 나온다. 제2의 계좌로 냈던 매수주문을 곧바로 취소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 포인트. 이렇게 차익을 챙기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분 안팎이다. 이를 통해 A씨는 지난해 이후 무려 8개의 투자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어 1억750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별도로 2억1900만원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실전투자대회 참가자가 시세를 조종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한 금융당국은 A씨가 22개 종목에 대해 총 7000회가 넘는 허위주문을 내 주가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A씨를 포함한 16명의 불공정거래 혐의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증선위는 “증권사들이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하는 경우 참가자의 불공정 거래를 차단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유 없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허수 주문이 빈번한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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