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선택10.26]셀러리맨, “기쁘지만, 회사를 생각하면···”(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9초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킨 20~40대 유권자들은 새로운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며 큰 환영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는 본분으로 돌아가보면 무조건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분배와 복지에 초점을 맞춘 박 시장의 성향이 성장과 투자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 경영에 역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

대기업에 재직중인 김 모 상무(48)는 "주류를 이뤘던 정당정치를 바꾸는 계기가 됐는데 시대가 변화하는 변곡점이 되지 않겠냐. 시민사회 경험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팀장 박 모씨(38)도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정당 소속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보는 많지만 완전 무소속 후보가 정당과 통합후보로 나와서 거대여당을 누르고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사의 대변혁의 신호탄이고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결혼과 출산을 앞둔 젊은층들은 박 후보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5년차 직장인 김모씨(31)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했다"며 "오세훈 전 시장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무상급식 반대 투쟁 등에 실망했다. '복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서울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 더욱 간절했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게임빌에 근무하는 프로그래머 성모 씨(여ㆍ32)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교육을 고민하고 있어 교육부문에 좋은 정책을 펼칠 후보를 선택했다"며 "교육비와 시설 등 서울이 교육 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직장인들의 '소신 투표'가 늘어나면서 회사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대기업 제조업체 차장 박 모씨(43)는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를 찍겠다던가 하는 의견을 스스럼 없이 부서 내에서 말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불과 수 년만에 이렇게 직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에게도 이번 선거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 외국계 기업 최고 경영자(CEO)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로웠다"며 "새로운 것을 원하는 세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분위기가 기업에도 밀려들면 시장 또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 임원들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 강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 박 모 전무(51)는 "회사 경영을 맡는 고위 임원들은 아무래도 회사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업과 반하는 정책을 표방하는 박 당선자의 이미지가 어떻게 개선될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당선자가 사외이사를 맡았던 업체들도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기업 관계자는 "박 당선자가 우리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인연으로 당선을 내심 환영하는 듯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을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공기업 관계자도 "(박 당선자가) 향후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정부의 큰 정책에 좌우되는 금융 공기업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들은 박 당선자가 서울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고위 임원인 김 모 부사장(51)은 "서울시장은 어느 한 사람의 개인적인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 공공성을 우선시 해야 한다"며 "눈 앞의 이익과 자신들의 지지 세력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