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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0.26]'무책임'을 성토한 시민..'박원순 당선' 바닥민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6초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은희 기자] "전직 서울시장이 별로 차별성도 없는 주장으로 각을 세우고서는 수도 서울의 행정을 내버리고 물러나지 않았습니까. 책임은 누가 집니까. 서울시장 자리가 그렇게 가볍나 싶었습니다. 시민들이 염원을 담아서 뽑아줬는데 이렇게 돼버리면 황당합니다. 새 시장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려면 투표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피로감, 환멸, 회의감, 안타까움. '시민후보 박원순'의 승리로 26일 막을 내린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바닥민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날 오후 5시께 연희동의 한 투표소를 찾아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는 서울소재 4년제 대학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병훈(27ㆍ남)씨의 설명이다.

'정치의 축이 정당에서 '비(非)정당'으로 옮겨갔다', '원외정치의 시대가 열렸다'는 정치공학적인 얘기는 시민들에게 너무 멀다. 이들은 그저 시장이 책임을 져주길, 시민들의 고충을 정책으로 풀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무책임을 성토하는 이들이 더 이상 한나라당을 '용인'할 순 없었다.


박씨는 작정한 듯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장 되고 나서 서울이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면서 "무작정 키우고 화려하게 만들기보다는 가치를 창출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기회를 넓혔어야 하는데 서울시내에서 직장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또 "저 같은 취업준비생들은 구직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이런 점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면서 "완성한 공약도 거의 없고, 달라진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책임감 있는 정당이었다면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박씨는 "그런데도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를 지지했던 나경원 후보를 내세운 건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박씨의 이런 설명은 민심을 관통한다. 성북동에 거주하며 택시영업을 하는 유모(48ㆍ남)씨는 "박원순 후보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한나라당을 막으려면 어쩔 수가 없어 10번을 찍었다"고 했다.


유씨는 또 "오 전 시장이 아이들 무상급식에 왜 조건을 달았겠나. 자신이 급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택시 영업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했다. 유씨는 "사납금 문제, 택시노조 문제, 택시영업 복지 문제같은 어려움들이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면서 "사납금 빼고 하루에 7~8만원 벌면 많이 버는 것"이라고 했다.


팍팍해진 주머니사정은 유씨 뿐만 아니라 쌍문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최은성(56ㆍ남)씨의 눈길도 한나라당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최씨는 "오 전 시장이 처음 당선되기 직전 선거운동 할 때 광화문 쪽을 지나다가 오 전 시장과 악수를 할 기회가 생겨서 '나 문방구 해서 먹고사는데, 소상공인들 좀 챙겨달라'고 두 번이나 당부를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사정이 더 나빠졌다. 동네에 큰 상점들이 마구 들어오는데, 인터넷으로 아무리 호소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래서 이번에는 누구 뽑으셨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 이제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쳤다.


광장시장에서 순대국밥 등을 파는 오모(44ㆍ여)씨는 오 전 시장이 처음에 제시한 장밋빛 미래를 떠올리면 가슴이 텅 빈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씨는 "(오 전 시장이)선거운동 하면서 시장을 찾아서 좌판에서 음식 먹고 상인들과 악수할 때는 '이번에는 잘 좀 풀리려나' 했다"면서 "그런데 시장 사정은 그대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씨는 또 "이제 못 믿겠다 아무도. 무상급식인지 뭔지 때문에 다 버리고 가는 것 보라"며 "기대하는 게 잘못"이라고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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