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댐은 안 무너진다" 신뢰 쌓이며 '박스권 상단 높이기' 이어질 것
해결된 건 없다..지나친 낙관 경계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 8월 이후 박스권에서 쳇바퀴 돌던 코스피가 19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상단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경계감을 풀지는 않았다.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오는 26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연합 정상들의 2차 회담으로 향하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60포인트 급등하며 1900을 불과 2포인트 앞두고 마감했다. 23일(현지시각)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재정위기 진화를 위한 해법 마련에 일부 성과가 났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회의 직후 유로존 수장들은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협의에 진전이 있었다"며 "오는 26일 2차 회의까지 세부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을 높여가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유로존 위기가 시스템 측면에서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차츰 견고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믿음이 상단을 무르게 하단은 탄탄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 이를 통해 2차 회담 기대감을 선반영해 결과가 나온 후 실망감이 번져도 지수는 최소한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그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맴돌았던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유럽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며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미국이 경기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이었다"며 "양쪽 모두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박스권 논리도 차츰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차 회의를 통해 유로존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구책'을 마련해낼 것"이라며 "시장은 다시 다음 달 초로 예정된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중국 등이 개입하는 형태를 기대하면서 지수 상승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지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분위기가 마치 그리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난 것 마냥, 국내 기업이익은 저점을 찍고 쭉쭉 반등할 것인 것 마냥 흘러가는데, 여전히 그리스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고, 국내 기업이익은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나가고 있다는 것.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9월 시장은 생소한 악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낙폭을 키워왔다"며 "이번 달 들어 적정 가치로의 수렴과정이 이어져 왔는데 이날 급등 역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을 지나 내년 1분기까지도 경기·이익 측면에서 '전환점'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진단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유럽의 재정 리스크가 이번 주를 기점으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오는 26일 유럽 정상들이 핵심 사안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한다면 시장은 약세장 속 반등국면의 한계선까지 추가 상승을 시도하겠지만, '향후 계획을 만들어 보겠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다시 하방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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