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북핵사태때 국무부 대변인 경력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 정책 특별 대표의 후임으로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미 대사(사진)가 지명됐다.
미 국무부의 마크 토너 대변인은 대북 정책 특별 대표의 교체와 관련해 "인물의 교체이지 정책의 교체가 아니다"라며 오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고위급 회담의 목적에 대해 "다자간 비핵화 회담이 무산되기 전인 2005년 북한이 내놓은 약속의 이행 의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20일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역임한 빅터 차 조지타운 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 특별대표에 보즈워스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한 인물인 데이비스를 임명한 것은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을 겸하고 있는 차 교수는 "데이비스 대사가 유능한 직업 외교관임은 분명하지만 보즈워스보다 직급이 낮다"며 "이는 미국이 대북 정책을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만들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24~25일 제2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데이비스 대사를 북한측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무 전제 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하는 게 북한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특파원을 두고 있는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아무 전제 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고 9·19 공동성명을 전면적이고 균형적이며 동시행동의 원칙에 입각해 이행하며 그럼으로써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실현시키는 것이 우리의 변치 않는 원칙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대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후반기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차관보로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이후 지금까지 IAEA 대사로 북핵 문제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그는 조지타운 대학을 졸업하고 미 국방대학(NDU)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공직에 나서 호주 멜버른 영사, 자이르(현 콩고) 킨샤사 대사 등을 거쳤으며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한창 불거졌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국무부 대변인을 지내면서 미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폭넓게 경험했다. 2007년 8월부터는 동아태 수석 차관보로 일하며 한반도 정책도 총괄했다. 동아태 차관보 직전에는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뤘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IAEA 주재 대사로 임명된 데이비스는 IAEA에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업무에 주력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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